침출수 강산성으로 낮춰 정수작업… 남양주 매몰지서 첫 공개
입력 2011-02-21 18:50
21일 경기도 남양주시 진건읍 구제역 매몰지에는 경기도가 처음 시도하는 구제역 침출수 문제 해결 작업을 지켜보기 위해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물론 환경부와 농림수산식품부 등 흰색 방역복을 입은 정부 관계자 수십명이 몰려 있었다.
지난 1월 이 매몰지에는 돼지 2363마리가 생매장됐다. 매립한 지 한 달이 넘자 죽은 돼지가 썩기 시작하면서 침출수가 저류조에 잔뜩 고여 있었다. 고약한 냄새가 풍겨 가까이 다가가기 힘들었다.
경기도 팔당수질개설본부 주관으로 진행된 이날 작업은 자물통으로 잠겨 있던 저류조 뚜껑을 열고 시료를 채취해 침출수의 수소이온농도(pH)를 측정하는 것부터 시작됐다.
끈이 달린 기다란 수집관 1개를 저류조에 잠시 넣었다 빼자 누런 침출수가 가득 담겼다. 또 다른 수집관에는 누런 침출수와 함께 부유물질까지 섞여 있었다. 채집된 침출수의 산도는 pH 6.2. 이 상태로는 수거할 수 없었다.
국립수의과학검역원 기준에는 매몰지 침출수의 경우 pH가 5 이하의 강산성이거나 10 이상 강알칼리성을 유지해야 구제역균이 사멸됐다고 보고 폐수 처리를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에 작업팀은 침출수의 산도를 낮춰 강산성으로 만들기로 했다. 구연산 4봉지가 저류조에 투입됐다. 잠시 후 시료를 다시 채취해 산도를 측정했다. pH 수치가 4.76→4.71→4.48로 점차 낮아졌다. 침출수가 강산성으로 바뀌자 펌핑 작업이 시작됐다. 이날 분뇨처리차량으로 옮겨진 침출수는 2500ℓ.
수거된 침출수는 곧바로 매몰지에서 4㎞가량 떨어진 가축분뇨처리시설로 옮겨져 1차 약품처리를 거쳐 두 차례 생물학적 하수처리 절차를 거쳤다.
이후 시가 운영하는 하수처리장으로 옮겨져 다시 생물학적 처리와 여과, 자외선 소독 등 3단계로 멸균 처리한 뒤 왕숙천으로 방류된다.
이날 작업으로 구제역 침출수를 수거해 안전하게 처리할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함에 따라 경기도는 식수원을 오염시킬 우려가 있는 팔당특별대책지역 내 매몰지 137곳에 대해 침출수 처리작업을 우선 시행하기로 했다.
도는 하천에서 30m 안에 있는 다른 지역의 매몰지 149곳도 같은 방법으로 침출수를 처리할 방침이다.
국립수의과학검역원은 이날 1차로 7개 시·군의 구제역 매몰지 15곳에서 침출수 18점과 토양 12점의 시료를 채취해 검사한 결과, 구제역 바이러스와 탄저균이 검출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주이석 질병방역부장은 구제역 매몰지 침출수 중간 검사 결과 발표를 통해 “1차적으로 매몰지 바닥에 깔려 있는 생석회가 가축 사체와 만나면 열 반응을 일으켜 열에 약한 구제역 바이러스를 죽인다”면서 “이어 사체가 썩는 과정에서 나오는 부패세균의 단백질 성분인 구제역 바이러스도 가축의 뼈, 근육 등과 함께 녹기 때문에 침출수에서는 검출되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남양주=김칠호 기자 seven5@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