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개헌특별기구 구성키로 했는데… 지도부는 불협화음
입력 2011-02-21 22:06
한나라당이 21일 당내 개헌 특별기구를 최고위원회 산하에 두기로 결정했다. 다만 정책위원회가 실무 운영을 뒷받침하는 절충안 형식을 취했다.
안형환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최고위원회 비공개 회의에서 논의한 결과, 절충안으로 개헌 특별기구를 구성키로 결론이 났다”고 말했다. 그는 “정책위 산하에 두자는 의견이 많았지만, 정책위 산하에 두면 격이 떨어져 야당과 협상하는 데 문제가 있어 이같이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개헌 전도사’ 이재오 특임장관은 “기가 막힌 안”이라며 환영했다. 이 장관은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그동안 개헌 추진 주체가 없어서 특임장관실에서 논의를 끌고 왔지만 이제는 당에서 알아서 할 것”이라며 “개헌은 이제 내 손에서 떠났다”고 말했다.
의원총회에서 개헌 특별기구 구성을 결의한 지 12일 만에 어렵게 특별기구 구성안이 최고위원회를 통과했지만 개헌 논의의 추동력을 확보할지 현재로서는 예단하기 어렵다. 특히 20일 청와대 만찬에서 화합과 단결을 외친 지도부가 하루 만인 이날 비공개 회의에서 또다시 내홍 양상을 드러남에 따라 개헌 특별기구의 순항을 장담하기 어렵다는 관측이다.
비공개 회의에서 친박근혜계 서병수 최고위원은 “특별기구를 정책위 산하에 두는 것이 맞다”며 “지도부에서 양보를 해 달라”고 요구했다. 그러자 김무성 원내대표가 “그쪽도 좀 양보를 해보라”고 맞받아치며 신경전이 벌어졌다.
또 정두언 최고위원은 논의가 시작도 되기 전에 “개헌 논의 자체에 반대한다”며 회의장을 박차고 나갔다. 그는 국회 기자실로 내려와 “구제역, 전·월세 대란 등 민생 문제가 심각한 마당에 개헌은 ‘그들만의 리그’라는 것이 민심”이라고 꼬집은 뒤 “지도부가 민심과 다르게 가면 ‘딴나라당’ 소리를 들으며 외면당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다만 그동안 ‘최고위 산하에 두는 것을 안 되게 하겠다’고 호언했던 홍준표 최고위원은 “당 지도부가 분열하는 모습을 보여주면 안 된다. 반대도 찬성도 아닌 묵인”이라며 기존 입장에서 물러났다. 그는 “고민 끝에 받아들이기로 했다. 안상수 대표 발목을 잡는 것으로 비치는 것도 부담스러웠다”고 말했다.
안 대표는 개헌 논의에 ‘무시 작전’으로 일관한 친박계와 반대의사를 밝힌 소장파와 접촉해 이르면 이번 주 내 특별기구 인선안을 최고위원회에 올릴 예정이다.
그러나 친박계와 소장파 모두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어 특별기구에 참여할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위원장 인선 역시 진통이 예상된다.
유성열 기자 nukuv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