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량 저축은행도 북새통… 심상찮은 부산發 ‘뱅크런’

입력 2011-02-21 22:29

저축은행의 대규모 예금인출(뱅크런) 사태가 좀처럼 진정되지 않고 있다.

부산에서는 재정 상태가 비교적 양호한 것으로 알려진 저축은행에서도 뱅크런 조짐이 나타나고 있고, 춘천과 인천 등 다른 지역에서도 예금 이탈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그러나 금융감독 당국은 수도권 지역 등 우량 저축은행에는 오히려 예금이 몰리고 있어 저축은행의 예금 이탈 현상이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부산서 하루 3500여명 예금 인출=저축은행 뱅크런 진원지인 부산에서는 예금을 인출하려는 시민의 발길이 끊이질 않았다.

21일 부산 부전동 우리저축은행 본점에는 고객 1200여명이 새벽 3시부터 몰렸다. 일부 고객이 예금을 먼저 인출하려고 새치기를 하면서 고성이 터져 나오고 몸싸움이 벌어지기도 했다. 박모(67)씨는 “이 은행은 안전하다 해서 퇴직금 1억원을 맡겨놓았는데, 걱정이 태산 같아 달려왔다”고 말했다.

이날 하루에만 부산솔로몬저축은행, 토마토2상호저축은행, 파랑새상호저축은행, 국제저축은행 등 부산지역 주요 저축은행의 고객 3500여명이 예금을 해약, 인출했다.

고객들이 찾아와 예금 인출을 요구하며 항의하는 소동도 벌어졌다. 은행 직원들이 “영업정지가 내려지지도 않았고 금융감독원이 2013년까지 안전을 보장했다”고 설명해도 막무가내였다.

부산지역 저축은행을 돌아보려던 김석동 금융위원장의 계획은 흥분한 고객들로 인해 불의의 사고가 발생할 것을 우려한 저축은행들의 만류로 무산됐다. 이날 하루에만 영업정지 중인 2곳을 제외한 부산지역 저축은행 10곳에서 고객 3500여명이 정기예금을 해약, 인출했다.

◇예금 인출 사태 전국 확산?=강원도 춘천에 있는 도민상호저축은행 본점에는 이날 오전 돈을 인출하려는 예금자들이 줄을 이으면서 대기 번호표가 순식간에 동났다. 도민상호저축은행에서 하루에 처리가 가능한 예금자 수는 최대 70여명선으로 이날 260명이 몰려 24일자 대기표를 배부했다.

평소 이 은행을 찾는 고객 수는 40∼50명 선이다. 고객들의 예금 인출 요구가 늘자 도민저축은행은 이날 저축은행중앙회에 328억원의 자금 지원을 요청했다.

은행 관계자는 “예금인출 요청이 이어져 자금 지원은 요청했지만 부실 경영 우려는 없다”며 “이번 주 내에 경영개선계획을 금융위에 제출할 계획이며 이를 적극 이행하면 자기자본비율은 7∼8% 수준까지 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인천 구월동 에이스저축은행 본점은 이날 393명의 고객이 몰려 북새통을 이뤘고, 전북 전주 스타저축은행에는 예금을 인출한 고객이 평소보다 10% 이상 많았다. 예금자보호를 받을 수 없는 5000만원 이상 예금 고객 중 일부는 예금을 인출하는 대신 가족을 데려와 복수의 계좌로 분산 예치하기도 했다.

◇일부 저축은행에는 오히려 돈 몰려=반면 뱅크런 상황에서 ‘웃는’ 저축은행도 있다. 부실저축은행에서 예금을 인출한 고객들이 우량 저축은행으로 몰리는 반사효과 때문이다. 솔로몬저축은행은 부산·대전저축은행 영업정지를 발표한 지난 17일과 다음날인 18일 예금이 300억원 늘었다. 현대스위스저축은행 계열 4개사는 400억원 정도의 예금이 들어왔다. 토마토저축은행 계열도 100억원가량 순유입됐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저축은행 이용자들은 부실 우려가 있는 저축은행에서는 예금을 빼고 국제결제은행 기준 자기자본비율(BIS) 등을 비교해 튼실한 저축은행으로 갈아타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부산·춘천=이영재 정동원 기자, 김아진 기자 yj311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