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지원 불허 땐 제3국 통한 전달 고려”

입력 2011-02-21 20:09


NCCK “밀가루 200t 즉시 보낼 수 있는 기금 적립 중”

조그련과 27일 3·1절 예배 드리기로… 공동선언문도 발표


“더 이상 기다릴 수가 없습니다. 정부가 이번에도 허가하지 않는다면 국제기구나 제3국을 통해서라도 반드시 대북 인도적 지원을 하겠습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화해통일위원회가 주최한 ‘3·1절 92돌 기념예배와 남북교회 공동선언문 기자회견’이 열린 21일 오후 서울 연지동 기독교회관 예배실에서 화해통일위원 전용호 목사는 다소 격앙된 목소리로 말했다. NCCK와 조선그리스도교연맹(조그련)이 공동으로 마련한 3·1절 기념 선언문을 발표하는 자리였지만 결과적으로 북한의 극심한 식량난과 인도적 지원의 시급함을 알리는 발언들이 주를 이뤘다.

이 자리에서는 먼저 NCCK 김영주 총무와 조그련 강영섭 위원장 명의로 작성된 ‘남북 교회 합의서’가 발표됐다. 합의서는 두 단체가 3·1절 92돌을 맞아 남북 모든 교회에서 오는 27일 주일에 ‘3·1절 기념예배’를 진행하며, 예배에서 공동선언문을 발표하도록 한다고 밝히고 있다. 공동선언문은 3·1절을 “우리 민족이 일제의 식민통치에 항거해 독립애국운동을 벌인 잊을 수 없는 기념일”이라고 정의한 뒤 “우리 역사에 강대국에 의한 침략이 되풀이돼서는 결코 안 된다”고 주장하는 내용이다. 일본의 최근 정치적 행보에 대한 유감과 일본 정부의 정당한 사과 및 배상 조치 요구 등도 담고 있다.

이에 NCCK는 전국 회원 교회에 공문을 보내고 있으며, 이날 오후 4시 기독교회관 예배실에서 연합 기념예배를 드리기로 했다.

NCCK는 대북 인도적 지원 재개 촉구를 위해 이명박 대통령에게 보낼 서신도 공개했다. 21일자로 발송될 서신은 정부 차원의 식량과 의료 지원을 조속히 재개할 것을 요청하고, 만일 어렵다면 민간 차원의 지원이라도 즉시 허가할 것을 요구한 뒤 “정부의 불허로 인천항에서의 대북 식량 송출이 계속 지연될 경우, 긴급 구호를 통해 국제기구나 제3국을 통한 식량 지원을 할 수밖에 없다”고 통보하는 내용이다. NCCK는 이미 밀가루 200t을 즉시 보낼 수 있는 기금을 적립하고 있다면서 “제3국을 통해 보낼 수 있는 통로는 얼마든지 있으나 그동안 정부의 정식 허가를 기대하며 기다린 것뿐”이라고 밝혔다.

이 자리에서는 북한의 심각한 식량난에 대한 직접 증언도 있었다. 위원 중 한 명인 박창빈 월드비전 대북지원 총괄 부회장은 “지난해 11월 방북 때, 8∼9월 수해로 인한 피해가 상당히 심각한 것을 목격했다”면서 “농부가 종자를 남기지 못하고 먹어야 할 정도로 비참하다”고 말했다. 재미교포로 지구촌농업협력 및 식량나누기 운동을 통해 22년간 북한에서 농장을 운영해 오고 있는 김필주 회장은 지난 19일까지 체류했던 북한의 상황에 대해 “당장 150만t의 식량 지원이 이뤄지지 않으면 아사자 속출을 막을 수 없다”고 전했다.

글·사진=황세원 기자 hws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