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김명수] 전기 대란을 막는 길
입력 2011-02-21 20:16
편리하고 품질 좋고 가격까지 싸니 전기를 에너지원으로 선택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가격이 인위적이고 직접적인 통제에 의한 것이라면 에너지 소비의 왜곡 현상이 발생하여 시장 메커니즘에 의한 자원의 최적 배분을 방해하게 된다. 이렇게 형성된 가격은 더 큰 비용을 치르게 된다.
2002년부터 2009년까지 난방용 등유 소비는 67% 준 데 비해 전기 소비는 42% 늘었다. 같은 기간 등유값은 98% 올랐지만 전기요금은 12% 오르는 데 그쳤다. 기름값은 국제 시세가 오르면 덩달아 올라가지만 전기료는 정부 통제를 받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전기는 총괄원가 대비 원가보상률 93.7% 수준으로 공급하고 있다. 때문에 한전은 전기를 팔면 팔수록 적자가 커지며, 이는 곧공기업인 한전의 적자를 국민들이 부담 하는 악순환을 만든다.
정부의 전기요금 통제에 따른 한전의 적자 누적은 정전 없는 전기 공급을 위한 설비 확충은 물론 원전 등 해외사업에도 직접적 영향을 주고 있다. 누적되는 적자는 한전의 실적 악화로 이어져 국제 입찰 시 필수 관문인 PQ 심사에 걸림돌이 되고 실적 악화는 다시 대외신인도 하락에 따른 금융비용 증가(신용도 1등급 하락 시 600억원)로 연결돼 국가에도 큰 부담이 된다.
따라서 현재와 같은 전기요금 체제 하에서는 동절기와 하절기 교대로 최대 전력수요가 경신되는 전력대란을 막을 길이 없다. 당장 난방용 전기는 효율성이 떨어진다. 기름을 직접 난방용으로 쓰는 것보다 기름으로 만든 전기를 사용하면 생산 과정에서 60% 손실이 생긴다. 소비자들은 값싼 전기를 쓴다고 하지만 사실은 값비싼 에너지를 낭비하는 것이다. 석탄이나 가스 등 화석연료의 99% 이상은 수입해 전기를 생산하기 때문에 외화낭비 요인이 된다. 이런 상황에서 외국 기업들이 값싼 전기를 이유로 우리나라에 공장을 짓는다고 하니 문제는 더욱 심각해진다.
우리는 전기를 절약해야 한다. 그러나 사용이 편리하고 요금이 저렴한 이상 사용을 억제하는 데 한계가 있다. 시장에 에너지 수급 상황에 따른 정확한 가격 신호를 보내기는커녕 전기를 선택하여 사용할 수밖에 없는 시그널을 보내는 현실에서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땜질식 치료법으로 전기사용을 억제해 달라고 호소한들 따르는 국민이 얼마나 될까. 정부나 공공기관 직원들마저 전력수요를 줄이기 위해 정해진 냉난방 온도를 유지하느라 업무 능률이 떨어진다고 볼멘소리다.
지난달 녹색성장위원회에서 이명박 대통령은 에너지가격 왜곡현상을 언급했고 정부나 시민단체 모두 우리나라 전기요금이 지나치게 낮다는 점을 인정하고 있다. 이러한 비정상적인 전기요금은 결국 불필요한 소비를 조장하고 전기 수요는 계속 늘 수밖에 없다. 하루 빨리 전기요금을 적정수준으로 현실화하고 전기요금 체계를 합리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구조로 바꿔야 한다.
김명수 한국산업기술대 겸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