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리비아 정부, 유혈진압 중단하라

입력 2011-02-21 20:16

리비아 시위 사태가 날로 격화되고 있다. 튀니지의 재스민 혁명으로 촉발된 민주화 열풍이 이집트에 이어 중동·아프리카의 여타 국가로 확산되면서 리비아에서 심각한 유혈사태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무아마르 카다피 국가원수의 40여년 철권통치에 염증을 느낀 시민들의 반정부 시위가 수도 트리폴리까지 확산되는 데 대해 보안군이 강경 진압으로 맞서 사상자가 속출하는 참극이 벌어지고 있다. 국제사회가 리비아 정부에 대해 유혈진압 중단을 촉구하고 있으나 사태는 확산일로다.

외신에 따르면 탱크와 헬기로 무장한 정부군은 시위대를 향해 박격포와 대공화기를 쏘며 무자비한 진압에 나서고 있다. 심지어 중화기로 무장한 외국 용병들까지 동원돼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시위대를 해산시키고 있다고 한다. 이들 용병에 대해 리비아의 한 언론인은 “살인청부업자로 공포의 대상”이라고 전했다. 리비아 사태로 인한 사망자는 지금까지 수백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카다피 정권이 집권 연장을 위해 무고한 국민들을 무참하게 살상하고 있는 데 대해 개탄을 금치 못한다. 이는 사실상 집단 학살이나 마찬가지로, 도저히 용서받지 못할 일이다. 리비아 정부는 당장 무력 진압을 중단해야 마땅하다. 총칼로는 민주화 열망을 결코 누를 수 없다는 건 도도한 세계 역사가 증명하고 있다. 군 병력과 탱크들을 철수시킨 바레인이나 야권과의 협상에 나선 예멘처럼 대화에 나서야 한다. 더 이상 불행한 사태를 초래하지 말고 국민들의 민주화 요구를 받아들이길 강력히 요구한다.

이번 사태 와중에 처음으로 한국인 부상자까지 발생했다는 소식은 우려스럽다. 20일(현지시간) 트리폴리 인근의 국내 건설업체 공사 현장에 현지 주민들이 난입해 한국인 3명을 다치게 했다고 한다. 현지 치안 상황이 급속히 악화되고 있는 만큼 정부는 교민 보호 대책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리비아에는 우리 건설업체 20여개가 진출해 있고, 1400여명의 교민이 거주하고 있다. 시위 사태가 심한 곳에 있는 교민들을 철수 또는 대피시키는 등 다각도의 안전 조치를 조속히 마련할 것을 주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