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신도 신학강좌] 교회는 무엇인가

입력 2011-02-21 18:13


(33) 교회는 은총의 통로

교회는 하나님의 크신 은총과 사랑이 우리에게 중개되는 통로다. 예수 그리스도께서 이루신 모든 구원과 속죄 그리고 축복이 하나님의 은총으로 흘러 들어오는 경로다. 사람들은 하나님과 직접 관계를 가질 수 없다. 우리는 그리스도와 관계를 가지고, 주님이 아버지 하나님과 관계를 가지는, 그런 중개구도다. 우리가 기도할 때에 하나님께 기도하지만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한다는 것이 바로 그런 것을 의미한다. 하나님의 은총은 그리스도의 몸인 교회를 통해 우리들에게 전달된다.

그런데 우리가 하나님의 은총을 입어야 하는 까닭은 인간의 원죄 때문이다. 우리가 얼마나 죄에 젖어 있는가 하는 것은 타락 이전의 아담과 하와를 보면 알 수 있다. 아담과 하와는 에덴낙원의 축복을 다 누리고 있었다. 아름다운 남자와 여자로, 그리고 낙원의 모든 풍요한 환경, 심지어 영생까지 악속 받고 다 누리고 있었다. 그런데 두 남녀가 맨 처음에 한 것이 사탄을 만나는 일이었다. 하나님께 감사하고 찬송하기 전에 그렇게 한 것이다. 선악과를 따먹기 전부터 인간은 본질상 죄인이었다는 뜻이 아닌가.

더구나 가인이 동생 아벨을 죽인 것은 제사드릴 때의 일이다. 인류 최초의 살인 사건은 예배 도중에 진행되었다는 말이 된다. 어떻게 예배 도중에 동생을 죽일 마음이 생겼을까. 그런 심각한 사건을 푸는 열쇠 역시 인간의 죄악성에서 찾아보아야 한다. 누구든지 예배할 때에는 그래도 우리 영혼이 가장 순수해질 때의 일이다. 인간의 마음이 가장 숭고해질 때의 일이다. 그런데 그런 순간에도 사람은 살인의 상태까지 갈 수 있다는 것이 이 사건의 핵심이다.

그런 인간이라면 자체의 힘을 아무리 최고로 발휘한다 할지라도 절대로 구원받을 수 없다는 말이 된다. 이를 인간의 전적 타락이라고 말한다. 인간 쪽에서는 구원 받을 어떤 업적도 선행도 이루어낼 수 없는 것이다. 그것이 기독교의 핵심적인 가르침이다.

그런데도 사람은 뭔가 해야 속이 편하다. 그래서 수도사가 된다거나 금욕하고 고행을 하는 일이 우리 교회 안에도 있었다. 대개 중세교회에 그런 일들이 많았다. 그러나 종교개혁 이후 교회는 수도원의 수녀가 집안에서 어린아이들을 키우며 땀 흘리는 여인들보다 영적으로 더 앞서 있다고 말할 수 없다는 사실을 분명히 하였다. 그런 것을 한국의 이광수도 기독교를 연구한 뒤 분명하게 말한 바 있다. 곧 목사만 하나님의 일을 하는 것이 아니고 농부도 교사도 사무원도 상인도 다 하나님의 일을 한다고 역설했다.

구별은 이런 데서 생기는 것이 아니다. 인간은 다 죄인이어서 하나님의 은총으로만 구원 받을 수 있는데, 그것은 오로지 교회를 통해서만 얻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교회 밖에는 구원도 없고 진리도 예수님도 축복도 없는 것이다. 사실 교회가 없다면 하나님도 없다고 할 수 있다. 그만큼 교회와 은총의 관계는 필수적이다.

민경배 백석대학교 석좌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