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계올림픽, 이번엔 평창이다] 최후의 ‘삼세번’… 더 이상 실패는 없다
입력 2011-02-21 17:34
평창 동계올림픽 ‘도전의 역사’
“준비된 평창으로 ‘새로운 지평(New Horizons)’을 연다.”
강원도 평창이 세 번째 도전에 나섰다. 상대는 독일 뮌헨과 프랑스 안시. 지난 10년 동안 두 번의 아픔을 겪었던 평창은 더 이상 눈물을 흘리지 않겠다는 각오로 ‘배수의 진’을 쳤다.
태백산 자락에 위치한 두메산골 평창이 동계올림픽 유치에 처음 나선 것은 2000년 10월 대한올림픽위원회(KOC)에 유치신청서를 제출하면서부터다. 1999년 동계아시안게임 개최로 자신감을 얻은 평창은 세계무대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국내 후보지 선정에서 1년3개월간에 걸친 접전 끝에 전북 무주의 추격을 따돌린 평창은 2002년 1월 KOC 총회에서 국내 후보도시로 선정돼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 2010년 동계올림픽 유치 신청서를 제출했다. 첫 도전인 만큼 부담은 크지 않았다. 평창은 2003년 7월 체코 프라하에서 열린 개최지 투표에서 캐나다 밴쿠버,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와 3파전을 벌여 1차에서 51표로 예상을 깨고 1위를 차지했으나 2차 결선 투표에서 밴쿠버에 53대 56으로 아쉽게 패배했다. 국제사회에 평창을 각인시켰다는 점에서 나름의 성과는 거뒀다는 게 당시 유치위와 국민들의 판단이었다.
두 번째는 달랐다. 첫 도전과는 비교되지 않을 만큼 많은 시간과 비용을 들였다. 한 차례 실패한 만큼 이번에는 IOC가 평창의 손을 들어줄 것이라며 국민들도 큰 기대감을 가졌다. 그러나 결과는 또 탈락. 이번에는 러시아 소치에게 첫 도전 때와 마찬가지로 역전패했다. 1차에서는 36표를 얻어 1위에 올랐지만 2차에서 47대 51로 졌다. 예상치 못한 결과였던 만큼 충격도 컸다. 유치단은 뚜껑을 열기 전까지는 단 한 치의 방심도 없어야 한다는 뼈아픈 교훈을 가슴에 새긴 채 빈손으로 돌아와야 했다.
동계올림픽 유치를 위해 달린 지 10년. 세 번째 도전은 무리라는 여론이 일었다. 일부 시·도는 국제대회 유치에 대한 기회의 형평성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
그러나 평창은 또다시 일어섰다. 강원도 산하 법인이었던 유치위를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법인으로 업그레이드하고 처음으로 기업인 출신인 조양호 대한항공 회장을 위원장으로 선임했다. 강원도 주도로 이뤄진 두 차례의 유치 과정과는 달리 정부도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했다.
명분과 유치 전략도 확 뜯어 고쳤다. ‘한반도 평화’라는 감정적인 정서에서 ‘아시아에서의 동계스포츠 확산’으로 명분을 바꿨다. 최근 올림픽 개최지가 유럽과 북미 지역에서 이뤄진 만큼 이번에는 아시아에서 개최해야 한다는 점을 중점적으로 호소하기로 했다. 세 번째 도전인 만큼 IOC위원들에게 그동안 평창이 겪어온 아픔을 알려 표심을 잡는다는 전략도 세웠다.
동계스포츠 인프라도 대거 확충했다. 평창은 IOC에 약속한 대로 교통 및 경기장 시설 등 관련 시설을 꾸준히 늘려 모든 경기장을 30분 이내에 이동할 수 있는 콤팩트한 구조로 갖췄다. 13개 경기장 시설 중 7개 시설은 이미 완공됐다. 나머지 6개는 기본 설계를 마친 상태로 유치가 확정되면 바로 추진할 수 있다. IOC 본부호텔과 미디어촌도 준공 단계에 있다.
평창이 2018 동계올림픽을 유치하면 88서울올림픽, 2002한·일월드컵, 2011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 이어 4대 국제스포츠 이벤트를 한반도에서 여는 위업을 이루게 된다. 4대 국제스포츠 이벤트를 모두 개최한 국가는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일본 4개국에 불과하다. 국가 브랜드가 상승하고 두 번의 실패에 따른 국민 자존심도 회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지난 21일 현지 실사를 마친 평창은 오는 5월18∼19일 스위스 로잔에서 열리는 IOC위원 대상 후보 브리핑을 앞두고 있다. 이어 7월 남아공 더반에서 열리는 제123차 IOC 총회에서 평창의 운명이 결정된다. 유치위는 일단 유치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유치위는 지난 14∼21일까지 진행된 IOC 현지실사에서 핵심시설인 알펜시아 리조트와 완공된 경기장을 선보여 진일보된 평창의 모습을 각인시켰다. 게다가 국제 경쟁구도 측면에서도 2018년은 아시아 지역에게 유리하다. 그동안 동계올림픽 개최지가 2002년 솔트레이크(북미), 2006년 토리노(유럽), 2010년 밴쿠버(북미), 2014년 소치(유럽) 등 북미와 유럽에 치우쳤기 때문이다. 뉴욕타임스를 비롯한 외신들도 명분과 실리에서 평창이 앞선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그러나 국제대회 개최지 결정은 말 그대로 ‘복마전의 결정’이다. 111명의 IOC위원이 투표권을 행사하는 만큼 수많은 돌발 변수가 있다. 지역과 인종, 차기 대회 개최 가능성을 놓고 합종연횡이 이뤄지기도 한다. 평창이 두 번씩이나 결선투표에서 역전패한 것도 상대 후보도시들의 담합 때문이라는 분석이 있다. 조양호 유치위원장은 “이전 두 번의 도전 때보다 강력한 정부의 지원과 민간단체의 관심을 받고 있는 만큼 2018년 동계올림픽은 반드시 평창에서 열리게 될 것”이라며 “세 번의 실패는 없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평창=정동원 기자 cd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