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건 감사원장 후보자, 논문 중복-짜깁기 게재
입력 2011-02-21 04:43
양건(64) 감사원장 후보자가 한양대 법대 교수로 재직하며 한 논문을 두개의 학회지에 중복 게재한 사실이 20일 드러났다. 논문을 짜깁기해 다른 학술지에 게재한 사례도 발견됐다.
청와대는 지난 16일 양 후보자를 지명하며 “논문에 대해 일부 시비 소지가 있어 내부적으로 검증했다”면서 “일반적인 상식 기준에서 큰 문제가 안 된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단순한 재인용을 넘어 선 중복게재 사실이 드러나 향후 청문회 통과에 난항이 예상된다.
양 후보자는 2004년 8월 대한변호사협회가 발행한 논문집 ‘인권과 정의’에 ‘교육권에 관한 헌법재판소 판례 연구’라는 논문을 게재했다. 이 논문은 양 후보자가 한양대 법대 학장으로 재직하던 2003년 교내 지원비를 받고 연구한 것으로 부모·교원·국가가 교육 문제로 다퉜을 때 헌법재판소가 낸 견해를 분석했다.
양 후보자는 6개월 뒤인 2005년 2월 한국교육법학회에 ‘교육주체 상호간의 법적 관계; 교육권에 관한 헌법재판소 판례의 검토’라는 논문을 올렸다. 두 논문은 머리말을 제외한 본문과 결론이 100% 일치했다. 13문장이 서로 삭제되거나 추가됐을 뿐 틀과 주제, 문장형식이 똑같았다. 학계에서 금지된 중복게재가 이뤄진 것이다.
이에 대해 양 후보자는 “2005년 한국교육법학회지의 회장이 ‘학회지를 발행하려는데 논문이 너무 적다. 이미 발표된 논문인 줄 알지만 게재해 달라’고 요청해 수락한 것일 뿐”이라며 “중복게재로 실린 논문을 연구업적으로 제출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논문을 짜깁기한 뒤 중복게재한 사례도 있었다. 양 후보자는 1991년 6월 창작과비평사가 발행한 학술지 ‘법과 사회’에 32쪽 분량의 ‘정치제도 개혁의 기본방향’이라는 제목의 논문을 게재했다. 양 후보자는 이 논문의 24쪽(75%)을 그대로 베껴 다음해 5월 서강대 사회과학연구소 학술지에 ‘국회의원 선거제도 개선의 방안’이라는 논문으로 발표했다. 하지만 양 후보자가 재인용 표시를 한 부분은 11쪽에 불과했다.
양 후보자는 “당시 선거제도에 대해 많은 발표를 했는데 서강대 측에서 내 논문들을 보고 학술지에 게재하겠다고 연락해 일부를 수정해 발표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 밖에 학술지에 발표된 논문을 고시 관련 잡지 등 정기간행물에 발행한 사례, 자신의 한글 논문을 교내 학술지에 영문으로 단순 번역해 게재한 사례도 발견됐다.
전웅빈 기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