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레인은 군사 전략지”… 美, 물밑서 대화 압박
입력 2011-02-20 19:13
중동지역 바레인의 시위 사태를 바라보는 미국의 시각은 각별하다.
바레인은 한국의 강화도 크기에 인구 75만명(외국인 노동자 포함 130만명)밖에 되지 않는 섬나라이다. 하지만 바레인의 정정(政情) 불안은 미국 입장에서 후유증이 아주 크다. 바로 미 해군 5함대 사령부의 모항이 수도 마나마에 있기 때문이다. 이곳은 중동·북아프리카 지역은 물론 일부 유럽지역에 주둔 중인 미군의 군사적 허브 역할을 하는 곳이기도 하다.
5함대는 전략적 요충지인 호르무즈 해협, 수에즈운하를 비롯해 걸프만 홍해 오만만(灣) 등 중동과 북아프리카 20개국, 인도양 일부를 관할하고 있다. 바레인에만 미군 및 관련 인원이 6000명 정도 상주하며, 5함대 소속 해군 및 해병은 2만5000여명이나 된다.
중동과 인도양, 일부 유럽과 서남아시아에서 작전을 하려면 바레인에서의 병참 지원이 필수적이다.
국제사회가 가장 신경 쓰는 소말리아 해적 소탕도 5함대 임무 중 하나이다.
그래서 미국의 강력한 우방인 현 정권이 무너지고, 덜 친미적인 정권이 들어서면 미국은 군사전략적으로 큰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게 된다. 석유 수송로인 호르무즈 해협을 관리하기가 쉽지 않고, 이란 군사력 억제 기능이 약화될 수 있다.
바레인 사태는 다른 중동국가의 민주화 시위와는 달리 이슬람 종파 간 갈등이 깊이 개입돼 있다. 바레인은 인구 70%가 시아파이지만 소수파인 수니파의 알 칼리파 가문이 40년간 권력을 장악하고 있다. 반정부 시위의 주체는 시아파 야당과 젊은층이다. 게다가 이란은 시아파의 종주국이다. 정권이 시아파로 넘어갈 경우 이 지역에서 이란의 영향력이 더욱 커질 게 자명하다. 수니파가 장악하고 있는 친미 사우디아라비아 정권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미국은 바레인 사태가 심각해지자 물밑에서 바레인 정부에 반정부 세력에 강경대응을 자제하고 대화할 것을 압박하기 시작한 것으로 전해졌다. 적절한 개혁 조치로 바레인 정국을 안정시키는 게 필요하다고 미국이 판단한 거라고 미 언론들은 분석했다.
워싱턴=김명호 특파원 m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