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내 임기는 5㎞ 평지 릴레이… 내리막길 없다”

입력 2011-02-20 19:07


李대통령 북악산 등반 이모저모

이명박 대통령이 취임 3주년을 닷새 앞둔 20일 청와대 출입기자들과 청와대 뒷산인 북악산에 올랐다. 청와대 경내에서 백악마루까지 2시간 거리의 가벼운 산행이다. 이 대통령은 기자들과 설렁탕을 먹으며 약식 기자간담회도 가졌다. 그는 남북관계와 국제 과학비즈니스벨트 및 동남권 신공항 입지 선정 등에 대한 생각을 밝혔지만, 개헌 질문에는 답변하지 않았다.

이 대통령은 5년 임기를 ‘오르막, 내리막’이 있는 산행에 비유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소신을 피력했다. 그는 “사람들이 3년 지났으니 높은 산에 올라갔다가 내려오는 길이라는 등 여러 표현을 하더라”면서 “나는 (5년 임기가) 평지의 릴레이라고 생각한다. 5㎞ 평지를 뛰고 그 다음 선수에 바통을 주는 것이다. 다음 선수가 나보다 우수한 선수면 또 속도를 내서 뛰는 그런 개념”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어디에 올라갔다가 내려온다는 개념은 너무 권력적인 측면에서 세상을 보는 것”이라며 “나는 기본적으로 권력을 갖고 (대통령을) 한다는 개념이 없다”고 덧붙였다. 이 대통령은 “서울시장을 4년 해보니까 4년을 2년 같이 일할 수 있고, 8년처럼도 일할 수 있다”며 “(대통령 임기) 5년을 10년처럼 일할 수 있고, 2년도 안 되게 일할 수 있다. 2년 남았는데, 아직 몇년치 일을 할 수도 있다”고 자신했다.

이 대통령은 특히 “외국에 가면 나에 대한 대우도 1년차와 3년차가 다르다. 우리 한국이 그만한 위치에 왔고, 나는 그런 대한민국의 대통령이라는 것에 긍지를 가지고 있다”며 “‘아이고, 이런 나라 대통령은 뭐 해먹기 힘들다’는 그런 생각은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북한에 대해서는 외국 정상과의 대화를 소개하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지난해 한 외국 정상이 “김정은 그 친구 나이가 몇 살입니까. 대장(사성 장군) 아닙니까”라고 물어 이 대통령은 “본(만) 나이로 26세다. 그렇다”고 했다. 그러자 이 정상은 “나는 육사를 1등으로 나오고 별을 다는데 수십년이 걸렸는데, 어떻게 26세가 하룻밤 자고 나서 대장이 됐느냐”고 말했다고 한다. 이 대통령은 “맞장구를 치고 싶어도 같은 한민족이 웃음거리가 되니…, 대한민국 국민에게 부끄러운 일”이라며 말했다.

이 대통령은 ‘발의를 하며 개헌에 직접 나설 용의가 없느냐’는 질문에 “등산 갔다온 분위기에 안 맞는다. 다음에 정장하고 넥타이 매고 답변하겠다”고 즉답을 피했다.

산행에서는 건강 등 가벼운 주제들이 나왔다. 이 대통령은 ‘체력을 체크해 봤느냐’고 묻자 “굳이 그런 걸 왜 하느냐. 언제까지 테니스를 칠 수 있을까만 생각한다. 어제(19일)는 18세 대표선수 유망주와 쳤는데 인정사정 안 봐주더라. 그게 G20세대의 특징”이라고 소개했다. 또 내년 세계 핵안보정상회의와 관련, “우리는 50개국을 불러서 핵안보정상회의를 하는데, 북한은 그때 강성대국을 선언하지 않느냐. 아이러니다. 그런데 1년 더 남았으니, 북한에 어떤 변화가 있을지 (모른다). 북이 핵을 포기한다고 선언하면…”이라고 기대감을 표시하기도 했다.

남도영 기자 dy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