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의 검사’가 신문조서 조작?… 영상녹화 동영상에 없는 내용 조서엔 기재돼 논란

입력 2011-02-20 21:54

지난해 김준규 검찰총장으로부터 ‘올해의 검사’ 표창을 받은 검사가 뇌물사건 피의자 신문조서를 조작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 주장이 사실로 드러나면 지난해 일본을 충격으로 몰아넣었던 ‘검사 증거조작 사건’이 우리나라에서도 벌어질 수 있다.

20일 본보가 입수한 이기하 전 경기도 오산시장 뇌물수수사건 뇌물공여자인 홍모씨의 피의자 영상녹화 동영상과 제3차 피의자신문조서 등에 따르면 당초 영상녹화 진술과는 다른 내용이 신문조서 여러 곳에서 발견됐다.

2009년 10월 15일자로 작성된 23쪽 분량의 홍씨 신문조서에는 “2006년 10월 경북 김천 전국체전 행사장에서 유모씨를 통해 이 전 시장에게 20억원을 주기로 하는 제안을 했다”고 말한 것으로 기재돼 있다. 그러나 홍씨의 영상녹화 동영상에는 어디에도 유씨의 이름은 등장하지 않았다.

또 이 전 시장에게 돈을 건네는 방법과 관련해 조서에는 ‘당좌수표’를 이용해 건네받으려 했다고 기재돼 있지만 동영상에는 ‘수표’나 ‘당좌수표’가 언급된 적이 없었다. 이와 함께 아파트 지구단위개발계획과 관련해 조서에는 “2006년 11월까지 서면심의를 받지 않으면 사업이 모두 무효가 되는 상황”이라고 기록돼 있다. 그러나 동영상에서 홍씨는 서면심의 시한을 언급하지 않았다.

이 전 시장의 서명수 변호사는 공여자의 일관된 진술이 매우 중요한 뇌물사건에서 검찰이 신빙성을 높이기 위해 무리하게 짜맞추기를 했다고 주장했다. 서 변호사는 “영상녹화를 바탕으로 만든 조서가 어미까지 모두 일치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피의자가 하지 않은 말이 들어가 있다면 명백한 조작”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당시 수사검사를 비롯한 수사팀은 조서 조작은 있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검찰 관계자는 “다른 뇌물 공여자의 자백이 있었고 홍씨 스스로 뇌물공여를 밝힌 녹음 파일까지 입수했다”며 “증거 조작 주장은 검사에 대한 명예훼손”이라고 반박했다.

검찰은 공권력의 신뢰도에 상당한 훼손을 가하는 주장으로 피고인에게 무고 혐의를 추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진실을 밝혀 줄 홍씨는 2009년 10월 배임 및 횡령혐의로 긴급 체포된 뒤 13차례 피의자 조사를 받았다. 이후 이 전 시장과의 대질신문 과정에서 쓰러진 뒤 지병이 악화돼 숨졌다. 이 사건 항소심을 심리 중인 서울고법 형사3부(부장판사 이성호)는 다음 달 8일 이를 검증키로 했다.

이 전 시장은 아파트 건설사업지구 지정과 관련, 시행사 간부 홍씨로부터 2억3000만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구속기소돼 1심에서 징역 7년을 선고받았다.

이제훈 노석조 기자 parti98@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