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역 식수 위협] 소하천 200m내 190여곳 매몰… 낙동강 식수원도 비상

입력 2011-02-20 18:45


낙동강 유역에서도 식수원 오염 가능성에 대한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20일 경북도에 따르면 경북 안동 지역의 경우 낙동강에서 불과 1㎞ 정도 떨어진 곳에 조성된 매몰지가 50곳, 3㎞ 이내에 있는 매몰지가 209곳에 이른다. 소하천에서 200m가 채 안 되는 지점에 위치한 매몰지도 약 190곳에 달한다.

특히 돼지 1만1414마리가 매몰된 일직면 국곡리 등 일부는 경사가 심해 여름철 폭우가 내릴 경우 지반이 내려앉을 수 있어 주민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또 구제역 진원지로 알려진 안동시 와룡면 서현양돈단지는 안동댐과 3㎞ 남짓한 거리에 자리잡고 있으면서 평소에도 악취뿐 아니라 식수원 오염 등의 문제를 우려한 인근 주민들의 민원이 잦았던 곳이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최근의 구제역으로 2만 마리 가까운 돼지가 묻히면서 자칫 매몰지가 붕괴되거나 침출수 유입으로 마을 하천은 물론 안동댐 식수원까지 오염시킬지 모른다는 우려 때문이다.

양돈단지 인근 마을 주민 박모(61)씨는 “옛날부터 비가 오기만 하면 돼지 분뇨가 흘러내려 악취가 진동했는데 앞으로는 매몰지 때문에 어떤 일이 벌어질지 걱정이 크다”면서 “낙동강 식수원까지 오염되지 말라는 법이 있느냐”고 반문했다.

이와 관련, 경북도는 1040곳에 이르는 매몰지 가운데 붕괴 또는 침출수 유출 가능성이 있는 61곳을 ‘특별정비 대상 매몰지’로 선정하고 이달부터 보강공사에 나서기로 했다.

매몰지가 가장 많은 안동시도 사안의 심각성을 고려, 취약 매몰지 44곳을 정해 특별관리에 들어갔다.

우선 경사가 급한 매몰지에 옹벽과 차단막을 설치해 지반 침하나 붕괴를 막는 한편 폭우에 대비해 빗물을 매몰지 바깥으로 배출할 배수로를 추가 설치할 방침이다. 부실 매몰이 심각한 곳은 매몰지 전체를 방수용재로 싸는 그라우팅 작업도 시행할 계획이다.

지하수를 식수원으로 하는 곳의 주민들 역시 구제역 후폭풍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다.

지난달 25일 구제역이 발생한 경남 김해시 주촌면 원지리 대리마을 주민들은 유일한 식수원인 지하수 오염에 대한 우려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 지역 주민들이 공동 사용하는 지하수 관정을 중심으로 9곳의 가축 매몰지가 몰려 있어 최악의 경우 이곳에서 나온 침출수가 지하수원으로 흘러들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김해시는 해당 매몰지 둘레에 높이 13m, 길이 132m의 거대한 콘크리트 벽을 만들기로 하고 12억원을 긴급 투입해 공사하고 있다.

최성대(61) 이장은 “콘크리트나 황토벽을 만들면 당장은 핏물이 안 보일지 몰라도 이미 바닥의 비닐이 찢어졌다면 침출수가 아래로 흘러들어 지하수를 오염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안동=김재산 기자 jskimkb@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