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동치는 주택임대차 시장] “전세로는 수익률 낮다”… ‘반전세·월세’ 급속 전환

입력 2011-02-20 21:41

전세대란이 주택 임대차 시장의 판도를 바꿔놓고 있다. 전셋값이 많이 뛴 서울 강남권을 중심으로 전세에서 보증부 월세(또는 반전세)로의 전환이 확산되고 있다. 전세난이 수도권으로 확산되면서 판교신도시 등 경기도 일대로 반전세 비율이 높아지는 추세다. 국민은행에 따르면 2003년 34.6%였던 전국의 보증부 월세 비율은 2011년(1월 기준) 40.2%로 높아졌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주택 임대차 시장의 구조가 부분적 월세 중심으로 전환하는 과도기”로 보는 시각이 많다. 우리나라에만 있는 전세제도가 시간이 갈수록 사라지면서 월세 비중은 계속 높아질 것이란 얘기다. 전세난에 따른 국지적·일시적인 현상이라는 의견도 공존하지만 중·장기적으로 월세 시장의 확대에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에는 모두 공감하고 있다.

◇주택 임대차 시장의 지각변동=서울 송파동 M아파트(80㎡)에 사는 주부 김모(42)씨는 요즘 전세 재계약을 앞두고 머리를 싸매고 있다. 이사올 때 2억5000만원이었던 전셋값이 1억원이나 오르자 집주인이 기존 전세금은 놔두고 매월 60만원씩 더 받겠다고 고집하는 것. 김씨는 “어린이집에 다니는 딸아이(5세)에게 드는 돈이 한 달에 50만원 정도”라며 “이보다 더 많은 돈을 월세로 내려니 ‘생돈’이 나가는 것 같아 속이 쓰리다”고 말했다.

‘보증금 3억원+월세 60만원’ ‘보증금 1억원+월세 160만원’…. 서울 잠실동 신천역 인근의 부동산업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시세표다. 한 업소에 내걸린 매물 10건 중 5~6건은 반전세 물건이 차지하고 있다. 이에 대해 부동산정보업체 부동산114 김희선 전무는 “주택가격이 하향 안정세로 접어들면서 매매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시세 차익이 점점 감소하고 있다”면서 “이 때문에 전세보다는 반전세 같은 보증부 월세에 관심을 두는 집주인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동안 이어져온 저금리 기조와 불투명한 주택시장 전망도 집주인들이 전세를 꺼리게 만드는 요인으로 꼽힌다.

예를 들어 집주인이 전셋값 3억원을 은행 정기예금(예금금리 4% 기준)에 넣어두면 한 달에 받을 수 있는 이자는 100만원. 하지만 전세보증금 1억원에 월세를 140만원씩 받는 반전세로 세를 주면 보증금 1억원에 대한 예금이자(33만원)와 월세(140만원)까지 합쳐 월 177만원으로 늘어난다. 100% 월세를 놓으면 210만원까지 오른다. 결국 집주인의 연간 수익은 월세〉반전세〉전세 순으로 수익률이 높다.

◇고령화 시대에 따른 변화=중·장기적 관점에서 사회구조 및 정책적인 변화도 임대차 시장의 전환을 유도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9년부터 인구가 감소하기 시작한다. 2018년부터는 주택의 주 소비계층인 35~54세의 가구 수가 줄면서 주택수요 시장의 위축이 예상된다. 1~2인 가구 및 노령인구 비율이 높아지고, 주택 개념 또한 ‘소유→거주’로 이동한다는 점도 임대차 시장 변화의 주요 변수다.

특히 우리나라 주택시장의 경우, 베이비붐(1955~1963년생) 세대를 빼놓고 설명할 수 없다. 서정렬 영산대 부동산금융학과 교수는 “대표적인 주택 보유계층으로 꼽히는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시기가 도래하면서 이들이 안정적인 노후 수익으로 꼽는 1순위는 바로 월세”라면서 “향후 주택가격의 하향 안정화가 이어지면 이들 계층의 월세 선호도는 더 높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순수 월세보다는 보증부 월세가 대세”=현 상황을 임대차 계약방식이 다양해지는 과정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40~50년간 이어져온 전세제도가 존속할 것이라는 의견이 만만치 않다.

집값이 계속 떨어질 경우 집주인으로서는 집을 팔기가 여의치 않게 되면서 운영 수익(월세)에 관심을 두지만 세입자들의 ‘월세저항’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 더군다나 사교육비 지출이 많은 우리나라에서 월세 시장이 자리잡기는 좀처럼 쉽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집주인과 세입자 간 이해관계가 부딪치면서 ‘보증부 월세’라는 형태로 절충된 것이기 때문에 순수 월세 시장으로 바뀌기보다는 전세 물량의 수급 정도에 따라 전·월세 시장이 주기적인 패턴 변화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박원갑 부동산1번지 연구소장은 “현재의 반전세 계약은 수요는 많은데 공급이 부족해 생기는 임대인 우위 시장에 따른 일시적인 현상일 수 있다”면서 “하지만 소형주택 수급이 어느 정도 해소된 뒤에도 이 같은 계약 형태가 이어질 경우, 임대차 방식의 패러다임이 바뀌는 것으로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재찬 기자 jeep@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