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재료·수입 재료 가격 비교해보니… 토종 밥상, 수입산 밥상의 1.8배
입력 2011-02-20 18:24
치솟는 물가에 수입산 제품들이 밥상을 점령하고 있다. 대형마트에서 파는 일부 신선식품들은 수입산보다 가격이 2∼5배 비싸다. 국산만 고집하던 까다로운 주부들도 어쩔 수 없이 수입산 제품을 사고 있다. 가계부 걱정에 수입산을 고르지만 주부들의 마음은 편치 않다.
지난 19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태평동 이마트 성남점. 군에서 휴가 나온 아들에게 저녁상을 차려주기 위해 마트를 찾은 신영정(50·여)씨의 장보기를 들여다봤다.
신씨가 짠 식단은 이렇다. 아들 강모(23)씨가 좋아하는 쇠고기무국 된장찌개 제육볶음 오징어볶음 고등어구이 계란찜 두부부침 고사리나물 콩자반을 밑반찬용으로 계획했다. 신씨는 쇠고기 돼지고기 고등어 오징어 무 애호박 등을 적은 수첩을 들고 마트를 찾았다.
신씨의 고민은 마트 입구 과일 코너에서부터 시작됐다. 과일을 쉽게 못 먹는 군인 아들을 위해 과일을 고르려다 보니 국산은 너무 비쌌다. 비닐하우스 딸기 1㎏이 8800원. 딸기 매장 옆에는 미국산 오렌지를 6개에 3870원에 팔고 있었다. 제주산 골드키위 8개 가격은 1만원에 육박했다. 골드키위 옆에는 1개에 3880원짜리 파인애플이 진열돼 있었다.
신씨가 본격적으로 선택의 고민에 빠진 것은 정육 코너와 수산물 코너에서였다. 국거리용 쇠고기는 미국산을 골랐다. 한우는 미국산보다 배 이상 비쌌다. 제육볶음용 돼지고기는 국산을 선택했다. 대형마트가 할인 행사를 하고 있어 가격 차이가 많이 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자반고등어는 노르웨이산을 집었다. 국산은 100g짜리 한 마리가 1900원, 노르웨이산은 320g짜리 한 마리가 2490원이었다. 신씨는 국산 고등어를 들어 보더니 “이건 고등어가 아니라 꽁치”라며 “국산은 구워봤자 작아 먹을 것이 별로 없겠다”고 말했다. 대신 오징어는 신선도와 품질을 고려해 국산을 택했다.
신씨는 가격 차이가 많이 나지 않거나 신선도가 만족스럽지 않은 것은 국산을, 국산보다 훨씬 싸거나 오히려 품질이 나은 것은 수입산을 골랐다. 쇠고기 돼지고기 고등어처럼 국산과 수입산 둘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는 경우 국산 재료비는 수입산보다 1.8배 더 들었다. 대두 값 인상으로 덩달아 가격이 오른 두부는 국산(500g·3350원)과 수입산(720원) 가격 차이가 무려 4.7배나 됐다.
국산만 파는 채소 코너에서도 부담스럽기는 마찬가지였다. 감자 3개가 4000원이 넘었고, 애호박 2개가 3000원 가까이 됐다. 서리태는 500g에 1만원이 넘었고 고사리 한 근(400g)은 7520원이었다.
신씨가 저녁상을 차리기 위해 국산 제품만 골랐다면 10만1580원이 든다. 수입산 위주로 골랐을 때는 7만3790원이 나온다. 국산 제품 위주로 장을 보면 수입산 위주로 살 때보다 비용이 1.4배가량 더 드는 것이다. 신씨는 이날 신선식품에만 8만8430원을 썼다.
신씨는 “반찬을 안 해먹을 수도 없고 마트에 장 보러 나오기가 겁난다”며 “물가는 대체 언제 잡히느냐”고 말했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