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 부여잡은 채 굴 캐고 그물 손질하고 식당 문 열고… 조심 조심 안정 되찾는다

입력 2011-02-20 17:11


본격 귀향이후… 연평도 르포

20일 오후 2시쯤 인천 옹진군 연평도 선착장 인근 바닷가에는 100여명의 주민들이 나와 굴을 캐고 있었다. 나이가 많은 노인들은 썰물 때인 오전 8시부터 나와 날카로운 도구를 이용해 굴을 캐서 1인당 4㎏가량을 수확했다. 40∼50대 주부들이나 남자들은 차량 10여대를 끌고 나와 굴을 껍질째 담아 마을로 실어 날랐다. 일부는 반찬용으로 가져가고, 일부는 자연산을 원하는 육지사람들에게 팔기위해 여객선을 통해 인천으로 내보내고 있었다.

북한 개풍에서 시집온 뒤 줄곧 이 일을 해온 조선옥(79)씨는 “허리가 굽어 몸을 의지할 수 있도록 연평도 노인들에게 유모차를 선물해주면 좋겠다”며 “아직도 ‘꽝’소리만 나면 놀라지만 바닷가에 나오니 기분이 좋아진다”고 말했다. 같이 굴을 따던 70대 할머니는 “잠을 자다가도 놀라 깰 때가 많다”고 털어놨다.

선주들과 선원들이 돌아오면서 연평도의 꽃게잡이 어선 48척도 출어준비를 위해 활기를 되찾고 있었다. 통발어선 경주호 선주 윤영만(55)씨와 선원들이 북한의 포사격 이후 건져 올리지 못한 1800개에 달하는 통발을 수거하기 위해 출어를 준비하고 있었다. 안강망 어선 선원들은 면사무소 앞 골목에서 그물을 손질하고 있었다.

연평초·중·고 학생들의 21일 졸업식을 앞두고 학생들도 모두 섬으로 돌아와 섬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었다.

주민들의 생활은 안정을 되찾아가고 있다. 전체 주민 1361명 가운데 65% 수준인 874명이 연평도로 되돌아 왔다. 겨울한파로 수돗물이 들어오지 않던 집들도 80%가량이 정상화됐다. 면사무소는 연평도 주민 대부분이 귀향함에 따라 21일부터 25일까지 북한의 포사격 당시 충격으로 집에 금이 가고 지붕이 깨진 집들에 대한 정밀안전진단을 실시하기로 했다.

최대 민원은 북한의 포사격에 불에 탄 가옥과 파손된 집을 재건하는 일이다. 완전 파손된 주택·창고 등 46동과 함께 부분 파손된 주택들에 대해 주민신고가 끊이지 않아 동네 전체를 재건해야 될지도 모른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임병철(64) 서부리 이장은 “주민들이 가장 원하는 것은 취로사업이지만 집안내의 상수도 꼭지나 화장실 변기 등 손볼 곳이 많아 민원이 빗발치고 있다”고 말했다.

옹진군은 주민들의 생계안정을 위해 24일부터 특별취로사업을 실시하기로 했다. 일당 5만원(식비·교통비 3000원 별도)을 주고 500여명에게 일자리를 제공한다는 것이다. 이미 예산도 20억원을 확보했다.

그러나 3월초에 군부대의 포사격 훈련이 예정돼 있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주민들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포 사격 개시전에 육지로 나갈 사람들을 위해 방송을 해주기로 했으나 매번 포사격 훈련때마다 이런 불편을 감수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걱정이 많았다.

한 주민은 “북한의 2차 도발에 대한 주민들의 우려는 아직은 미약한 상태”라면서도 “서해 북방한계선(NLL) 인근에 바다목장을 조성하는 등의 연평도를 살리는 정부의 후속조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연평도=글·사진 정창교 기자 jcgy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