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11시 공연’ 중년 관객 몰린다… 대학로 연극 공연시간 관행 파괴
입력 2011-02-20 17:22
공연장이 몰려 있는 대학로의 오전 시간은 한산하다. 보통 평일 오후 8시에 공연이 있고 공연을 마치고 뒷정리를 하면 자정을 넘기기 일쑤다. 오전 11시쯤은 대학로 공연 종사자에게 새벽이나 다름없는 시간이다.
하지만 예외인 경우도 있다. 연극 ‘민들레 바람되어’가 공연 중인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은 수요일 오전 11시면 저녁 시간보다 더 붐빈다. 주부 관객이 대부분인 이 공연은 ‘공연=오후 8시’라는 공식을 깨고 파격적으로 오전 시간에 공연을 전진 배치했다. 화요일 오후 8시 공연을 제외하면 수요일 오전 11시, 목요일 오후 4시, 금요일에는 오후 4시와 8시에 공연을 한다. 상대적으로 낮 시간 활용이 자유로운 주부 관객을 겨냥한 것이다. 반응은 뜨거웠다. 관객의 90% 이상이 40∼60대 주부들이었다. 정보석 조재현 등 주부 관객들이 좋아하는 배우를 직접 무대에서 볼 수 있는데다 부부의 오랜 사랑을 주제로 하는 이야기도 관객의 공감을 불렀다.
최여정 연극열전 홍보마케팅실장은 “극장에서 보기 힘들었던 60대 이상 부부 관객이 낮 시간에 많이 찾아왔다”면서 “앞으로 관객의 성향을 고려해 공연 시간을 유동적으로 선보일 계획이다”라고 설명했다. ‘민들레 바람되어’는 25일부터는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2관으로 자리를 옮겨 연장 공연에 돌입한다. 오전 11시와 오후 4시 공연은 매회 40장에 한해 20% 할인된 가격으로 공연을 볼 수 있다.
올해 첫 기획공연으로 32년 만에 연극 무대에서 ‘동 주앙’을 공연하는 명동예술극장은 ‘공연계의 일요일’인 월요일에 공연을 한다. 보통 주말에는 하루에 두 차례씩 공연을 하기 때문에 월요일에는 공연을 안 하는 게 일반적이었다.
지난해 ‘돈키호테’ 공연 때 처음 월요일 공연을 선보였던 명동예술극장은 이날 공연을 보려는 관객 수요가 있다는 판단 하에 다시 월요일에 공연을 하기로 했다. 이미란 명동예술극장 공연기획팀 과장은 “주말에 일을 하는 서비스업 종사자나 공연관계자 등을 중심으로 월요일 공연에 대한 수요가 있다고 판단해 다시 한번 월요일 공연을 시도해 보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명동예술극장은 중·장년층 관객이 대다수인 공연장의 특성에 맞춰 수요일 오후 3시에 낮 공연을 하고 토요일과 일요일에도 오후 3시에만 공연을 한다. 월·수·금요일 공연이 오후 7시30분이니 전체 공연의 절반을 낮 시간에 하는 셈이다. ‘동 주앙’은 3월 10일부터 4월 3일까지 공연된다.
공연계의 주중 낮 공연은 공교롭게도 대부분 수요일이다. 주말에 4번 공연을 한 배우들이 월요일 하루를 쉬고 화요일에 바로 낮 공연을 하면 컨디션 관리에 어려움이 있기 때문이다. 성남아트센터에서 공연 중인 ‘아이다’도 수요일 오후 3시에 공연을 하고, 국립극장에서 볼 수 있는 뮤지컬 ‘천국의 눈물’도 수요일 오후 3시에 관객을 맞이한다.
‘아이다’ 제작사인 신시컴퍼니 최승희 홍보팀장은 “낮공연은 기업 프로모션 같은 걸 할 수 없어 유료관객에만 의존해야 한다. 그래서 할인 혜택을 제공한다”면서 “공연이나 공연장에 따라 수요가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유료 관객을 확보해야 해 위험부담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라고 설명했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