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老테크, 무릎 건강부터] 관절염 후 절반이상 신경질적 변화… 부축해서라도 바람 쐬는게 좋아
입력 2011-02-20 17:37
③ 무릎 건강과 우울증
10년 전부터 퇴행성 관절염을 앓아 온 최성옥(68)씨는 이른바 ‘관절염 우울증’을 갖고 있다. 남들은 잘만 걸어다니는데 간단한 집안 일 조차 하지 못하는 자신을 보면 비참하고, 심할 땐 죽고 싶다는 생각마저 든다. 사소한 일에도 갑작스럽게 짜증을 내다보니 지켜보는 가족들도 눈치 보기 바쁘다.
노인 우울증은 배우자나 친구의 죽음, 경제적 능력 상실, 빈곤 등 다양한 심리·사회적 요인과 지속적인 스트레스로 인해 나타난다. 몸이 심하게 아플 경우, 신체적 고통과 불편함 때문에 우울증을 겪기도 한다. 특히 극심한 관절 통증으로 인한 정신적 스트레스는 생각보다 심각해 우울증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 관절 기능 저하로 스스로 활동할 수 있는 능력이 떨어지면서 소외감과 고립감을 느끼기 십상이다.
힘찬병원이 2009년부터 2년간 관절염 환자 330명을 조사한 결과, 절반 가량(51%)이 우울증을 앓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20일 밝혔다. 짜증과 신경질을 동반한 경미한 수준의 우울증이 25%(83명), 중등도의 우울증은 19%(63명), 당장 치료가 필요한 심각한 우울증도 7%(22명)나 됐다. 전체의 56%는 관절염 발병 후 통증, 거동 제한 때문에 신경질적인 변화가 생겼다고 답했다.
여성이 관절염 환자의 90%를 차지하는 점도 ‘관절염 우울증’이 많은 이유다. 여성은 남성에 비해 심리적 변화에 민감하고 상대적으로 우울증에 취약하기 때문이다. 강남힘찬병원 정광암 부원장은 “노인들은 관절염을 ‘나이 들면 으레 생기는 병’으로 치부해 가족들에게 말하지 않고 혼자서 고통을 감내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가족의 무관심 속에 장기간 혼자 통증과 고통을 견뎌야 하는 것이 우울증을 심화시키는 요인”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노인들이 관절염에 걸릴 경우 하루라도 빨리 발견해 치료하는 것이 우울증 예방의 지름길이다. 가족들의 적극적인 관심과 함께 생활 속에서의 적극적인 대처가 중요하다. 우선 통증이 있다고 집에만 있으면 우울증이 깊어질 소지가 높다.
가족이 부축해서라도 밖으로 나가 바람을 쐴 수 있게 도와주고 하루 한번 이상은 외출하는 것이 좋다. 또 초기 관절염의 경우 통증이 있더라도 약물치료와 운동 요법으로 호전시킬 수 있으므로 전문의와 상담 후 하루 30분 정도 꾸준한 근력 강화 운동을 할 필요가 있다. 허벅지 근육 강화 운동은 허벅지 근육을 튼튼하게 해 무릎에 가해지는 충격을 완화시키고 통증을 줄여 준다.
강서힘찬병원 김성민 원장은 “증상이 심한 중기 또는 말기 관절염의 경우에는 관절 내시경 시술이나 인공관절 치환술 등 보다 적극적이고 근본적인 치료를 해야 우울증 등 2차 질환 합병을 막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민태원 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