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유령 연금’ 막기 위한 특단 대책 있어야
입력 2011-02-20 17:53
국민연금 부정 수급 사례가 그치지 않고 있다. 부정 수급에는 허위 신고에 따른 연금 수령이나 중복 연금 수령 등 여러 유형이 있다. 그 가운데 최근 들어 새로운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건 사망자에게도 지급되는 ‘유령 연금’이다. 유족들이 사망 신고를 제때 하지 않는 차원을 넘어 고의적으로 사망 사실을 장기간 숨긴 채 연금을 챙기는 사례가 적발됐기 때문이다. 이미 ‘고령화 사회’에 진입해 2020년쯤 ‘고령사회’가 될 우리나라에서도 일본처럼 유령 연금이 만연하지 않을까 우려된다.
지난해 일본에서는 100세 이상 초고령자의 사망 사실을 은폐하고 가족이 연금을 타온 사례가 대거 확인돼 파문이 일었다. 30년 전 숨진 노인이 호적에는 버젓이 생존해 있는 것으로 등재된 경우도 있었다. 우리나라에서도 국민연금공단이 지난해 70세 이상 고령자와 중증 장애인 연금 수급자 가운데 1만4000여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사망자 11명에게 연금이 지급돼 온 것으로 밝혀졌다. 사망한 지 7년이 넘었는데도 가족이 86개월 동안 연금을 꼬박꼬박 챙긴 케이스도 적발됐다. 공단이 최근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서 드러난 것이다. 전수조사를 한 게 아니어서 얼마나 더 많은 부정 수급자가 있을지 현재로선 알 수 없다.
이런 부정 수급 발생을 막기 어려운 이유는 유족이 사망 신고를 하지 않으면 계속 생존한 것처럼 간주되기 때문이다. 공적 자료만을 통해 확인하는 공단이 이를 적발해내기는 어렵다. 수급자 실태 조사에 대한 의무 규정도 없다. 실태조사 의무화를 담은 국민연금법 개정안이 2009년 발의돼 국회에 계류 중이지만 잠만 자고 있다.
국민의 노후를 보장해주는 국민연금이 줄줄 새도록 놔둘 수는 없다. 유령 연금을 포함해 지난 5년간 전체적인 부정 수급 발생액은 총 618억원에 달한다. 공단 측은 현재 인력으로는 수급자 관리가 거의 불가능하다고 토로한다. 그렇지만 인력 부족 탓만 내세울 일이 아니다. 정부와 공단은 관계기관과의 협조 체제를 강화하고 현장확인 체제 구축 등 실효성 있는 특단의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