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롯데호텔 첩보극 철저 수사하라

입력 2011-02-20 17:57

한국을 방문한 인도네시아 대통령 특사단 숙소에 괴한들이 침입해 노트북에서 기밀을 빼내려 한 첩보영화 같은 일이 서울 한복판에서 일어났다. 경제조정장관 국방장관 등 장관 5명이 포함된 특사단 50여명은 15일부터 17일까지 머물면서 이명박 대통령과 면담하고 관계 기관과 양국 간 경제·군사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방한 이틀째인 16일 오전 롯데호텔 특사단 숙소에서 괴한 3명이 특사단의 노트북 PC를 만지다 특사단 일행 중 한 사람에게 들켰다. 이들은 방에 있던 노트북 2대 중 1대를 들고 나가려다가 돌려주고 도주했다.

인도네시아 특사단 방한은 지난해 12월 이 대통령과 수실로 밤방 유도요노 인도네시아 대통령이 정상회담에서 중장기 경제개발 계획 협력에 합의한 후속 조치로서 이뤄진 것이다. 그런 특사단에 스파이 사건이 일어났으니 예사롭지 않은 외교 문제가 될 터이다. 더욱이 특사단의 방한 업무에는 국산 T-50 고등훈련기와 흑표 전차, 대공미사일 천공에 관련된 수출 협의와 자료 교환이 포함됐다고 한다. 어떤 외빈이 머물더라도 따로 경호하지 않는다는 호텔 측에 특사단 숙소 보안을 맡겨 놓은 당국의 무신경이 놀랍다.

남자 2명과 여자 1명으로 짜인 괴한들은 북한 간첩이거나 무기상인에게 고용된 산업스파이로 추정된다. 무기 자료나 거래 정보를 얻으려는 목적일 것이다. 그러나 인도네시아 입장에서는 한국 정보기관의 소행일지도 모른다고 오해할 수도 있다. 피해가 어느 정도인지 밝혀지지 않은 채 특사단은 ‘노트북 안의 어떠한 정보에도 접근을 원치 않는다’며 일정대로 한국을 떠났다.

범인들의 동태로 미뤄 노트북 2대 중 1대의 자료는 이동식 저장장치에 옮겨졌을 가능성이 있다. 향후 인도네시아 정부의 자체 판단에 따라서는 양국 협력관계 추진이 차질을 빚을 수도 있는 문제다. 당국은 철저한 수사로 범인을 잡아내고 사건을 해명해야 한다. 객실 침입 경로와 괴한들이 달아난 복도 및 건물 안팎의 CCTV 영상을 분석하면 범인을 특정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이 사건을 제대로 해결하지 못한다면 인도네시아와의 관계는 물론 앞으로 초청 외교를 하는 데도 어려움이 많아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