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김남중] 도덕성과 업무능력
입력 2011-02-20 22:20
양건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지난 16일 감사원장 후보자로 내정돼 인사청문회 준비에 돌입했다. 감사원 출입기자로서 양 내정자에 대한 평을 여기저기서 들어봤다. 법학교수로서 평은 좋았다. 국내 최고 헌법학자 중 한 명으로 꼽히고, 다수의 논문과 책을 썼다. 고시가에서는 돈 되는 수험서를 쓰지 않는 교수로 유명했다. 한국공법학회, 법과사회이론학회 등의 학회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했고, 경제정의실천연합 시민입법위원장을 지내는 등 사회운동에도 무심하지 않았다. 엄격하고 꼿꼿한, 전형적인 법학교수. 학계의 평가는 대체로 여기에 일치한다.
그는 이명박 정부에서 첫 공직을 맡았다. 2008년 3월 초대 국민권익위원장에 임명됐다. 양 위원장에 대한 권익위 사람들의 평가는 박한 편이다. 위원장실에서 좀처럼 나오는 법이 없었고, 직원들이나 사회와의 소통에 능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엘리트 의식이 강하다, 다른 사람들의 말을 듣지 않는다, 이런 얘기도 나왔다. 1년 5개월 임기 동안 자신의 능력을 입증할 만한 뚜렷한 업적을 남기지도 못했다.
학자로서는 좋은 평가를 받았지만 공직자로서의 평은 그리 좋지 않은 것이다. 양 내정자는 권익위원장 3년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중도 사퇴했다. 그의 공직 경험을 성공적이라고 볼만한 근거는 빈약하다.
양 내정자를 두고 감사원장에 적임자라고 보는 이들은 드문 듯하다. 평생 학자로 살아온 그가 사정 업무를 다룰 수 있겠느냐는 우려가 더 많은 게 사실이다. ‘회전문 인사’ ‘보은 인사’라는 비판도 나온다. 그래서 그의 발탁 배경으로 인사청문회를 거론하는 이들이 많다. 지난달 정동기 감사원장 내정자가 전관예우 논란에 걸려 낙마한 이후 청와대로서는 무엇보다 인사청문회를 통과할 수 있는 사람을 찾아야 했을 것이라는 것이다. 이런 분석이 옳다면 그간 검토된 후보자들 가운데 양 내정자가 도덕적으로 가장 문제가 적은 인물일 가능성이 높다.
2000년 인사청문회가 도입되고 나서 고위 공직자에 대한 도덕적 기준이 갈수록 높아지는 건 분명하다. 그러나 그 이면을 보면, 업무능력이라는 또 하나의 기준은 실종되고 말았다. 아무리 무능해도 도덕적으로 하자가 없으면 괜찮다는 식이 돼버린 것이다. 이번 양건 감사원장 내정자 인사청문회는 도덕성과 업무능력, 둘 다를 검증하는 계기로 삼아볼 만하다. 양 내정자는 이전 공직 경력이 있으므로 업무능력을 평가할 방법이 없는 것도 아니다.
김남중 차장 n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