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해성·김경문 감독, 전훈지 미야자키서 핀 34년 우정 “2011년에는 일 내보자”
입력 2011-02-18 19:09
프로야구 두산 김경문(53) 감독과 프로축구 전남의 정해성(53) 감독이 해외 전지훈련지에서 34년 우정을 과시하며 올 시즌 리그 우승을 결의했다.
김 감독과 정 감독은 17일 저녁 양 팀이 스프링캠프를 차린 일본 미야자키 쉐라톤 호텔에서 만났다. 호텔로비에서부터 서로 “친구야”를 연발하며 포옹을 나눴던 두 감독은 고려대 78학번 동기생으로 끈끈한 우정을 자랑했다. 마침 이날이 정 감독의 생일이기도 해 기쁨은 더욱 컸다. 두 감독은 자리에 앉자마자 지난날을 회상하며 서로 덕담을 나눴다.
두 감독의 이야기는 30여년 전 고려대에서 같이 생활하던 시절 때부터 시작됐다. 김 감독은 “당시 정 감독은 남자 중의 남자였다. 동기들과 동생들을 엄청 챙겨줬다”고 전했다. 이에 정 감독은 “김 감독은 당시 아주 모범생이었다. 야구밖에 모르는 친구였다. 내가 술을 많이 마시면 ‘해성아, 운동선수가 술 많이 마시면 안된다’며 말렸지만 지금은 나보다 술을 더 많이 마신다”고 너털웃음을 지었다.
양 감독 모두 시즌 중에도 가끔 만나 경기를 하면서 가졌던 스트레스를 푼다고 전했다. 김 감독은 “2005년이었던가. 당시 수원에서 연패를 당해 매우 침울했었는데 당시 부천 사령탑이었던 정 감독이 인천으로 나를 불렀다. 그래서 곧바로 모범택시를 타고 인천까지 갔다. 다음날부터 우리팀이 연승을 했고 결국 한국시리즈까지 진출했다. 정 감독은 나에게는 행운의 친구”라고 치켜세웠다.
두 감독 모두 프로구단에 몸담고 있기에 이야기는 자연히 올해 목표로 옮겨졌다. 김 감독은 “나는 올해가 두산 감독으로서 마지막 해이고 정 감독은 새 팀을 맡은 첫 해이기 때문에 열심히 분발하자. 우리 같이 일 한 번 내자. 내가 한국시리즈 우승하면 전남 경기장에서 시축을 약속한다”고 정 감독에게 말했다. 정 감독도 “항상 그다지 좋지 못한 환경에서 새로운 선수를 발굴해 강팀으로 변모시키는 걸 보면 놀랍다. 두산이야 말로 올 해는 한 번 정상에 서야하는 거 아닌가. 지난해처럼 재미만 주고 실속은 못 챙기지 말고 올해는 밀어붙여라”고 화답했다.
미야자키=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