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이태형] 분노하라

입력 2011-02-18 19:16

지금 프랑스에서는 스테판 헤셀이라는 전직 레지스탕스 대원 출신 93세 노인의 저서가 베스트셀러가 되면서 화제를 뿌리고 있다고 한다. 제목은 ‘분노하라(Indignez-Vous)’. 총 32쪽이지만 광고 등을 뺀 본문이 13쪽에 불과한 이 책은 지난해 10월 초판이 발행된 이후 지금까지 80만권 이상 팔렸다.

작가인 헤셀은 책에서 프랑스인을 비롯한 모든 세계인들에게 나치에 저항한 레지스탕스 정신을 되살려 인권을 수호하고 빈부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행동에 나설 것을 촉구하고 있다. 헤셀은 일곱 살 때 독일에서 프랑스로 이민을 가 2차대전 때인 1941년 레지스탕스 대원으로 나치와 싸웠다. 종전 후에는 외교관으로 유엔 인권선언 초안을 만드는 데에도 참여했다.

책에서 그는 젊은 세대들에게 말한다. “이 세상에는 참을 수 없는 것들이 있다네. 그것을 찾아야 하네. 사회를 바꾸는 데 동참하게.” 젊은 날, 치열하게 살았던 그의 눈에는 프랑스는 물론 전 세계가 올바른 방향으로 가는 것 같지 않게 보였을 것이다. 이에 대해 경종을 울리기 위해 책을 썼을 터이다.

미국 미시간주의 마스 힐 바이블 처치 담임 랍 벨 목사는 ‘네 이웃의 탄식에 귀를 기울이라’(포이에마)에서 모든 것은 울부짖음에서 시작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 울부짖음을 들어야 하며 분노를 느끼며 행동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모든 것은 울부짖음에서 시작된다. 누군가가 울부짖고 다른 누군가가 그것을 듣는 데서 새로운 하나님의 역사는 시작된다.” 그는 이웃의 탄식에 귀 기울이지 않는 사람, 그들의 고난을 가져온 어둠의 그림자에 분노하지 않는 사람은 크리스천일 수 없다고 단언한다.

미국 시카고의 윌로크릭 교회의 빌 하이벨스 목사나 ‘다윗의 장막’의 저자 토미 테니 목사가 늘 강조한 단어가 ‘거룩한 불만족(Holy discontent)’이다. 이들은 크리스천이라면 마땅히 경제정의, 빈곤, 인종갈등, 문맹, 토지정의 등 사회 현상을 보면서 거룩한 불만족을 가지며 개선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금 한국 교회 도처에서도 분노의 소리는 터져나오고 있다. 그러나 정작 분노할 때와 장소에서는 침묵하고, 잠잠해야 할 순간에 분노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 안타깝다.

이태형 i미션라이프부장 t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