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의 말, 이재오의 말… 화법도 딴판인 두 사람

입력 2011-02-18 21:34


정치권에서 ‘국제 과학비즈니스벨트는 이명박 대통령이 책임질 일’이라며 오랜 침묵을 깬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와, ‘다윗과 골리앗’ 비유 등으로 개헌 논의를 이끌어가고 있는 이재오 특임장관의 화법이 화제다.

박 전 대표의 간결한 단답형 화법은 이미 고유 브랜드가 됐다. ‘대전은요?’ ‘참 나쁜 대통령’ ‘정치의 수치’ 등 어록이 수두룩하다. 또 원론적이고 총론적인 이야기를 많이 한다. 이 때문에 신중하고 격(格)이 있지만, 자칫 콘텐츠가 부족하다는 인상을 주거나 의미 전달이 제대로 안 된다는 평가도 있다.

지난 16일 과학벨트와 동남권 신공항 입지 선정 등 이슈에 내놓은 발언을 두고 친박근혜계 의원들 사이에서도 “박 전 대표의 정확한 의중이 뭐냐”는 말이 오갔다고 한다. 한 영남권 중진 의원은 18일 “충청권으로 보내자는 것인지, 아니면 대통령이 다 알아서 하라는 것인지 모르겠더라”며 “전화로 무슨 뜻입니까라고 물을 수도 없고…”라며 답답함을 토로하기도 했다. 당내 전략통으로 꼽히는 한 의원은 “유력 차기 대권 주자인 박 전 대표로서는 앞으로 현안에 대해 말을 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돼 가기 때문에 그런 측면에서 또 다른 시험대에 오른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장관은 트위터와 라디오 인터뷰를 통해 ‘솔직 화법’을 구사한다. 특임장관실에서 짬이 날 때마다 독수리 타법으로 올린다는 트위터의 글에선 속내와 감성이 묻어난다. 하지만 심경 전달에 너무 충실하다 보니 여러 사람의 공감을 얻는 데 실패할 때가 있다. ‘너무 이지메(집단 따돌림)하지 말라’는 최근 발언에 측근 의원들조차 “좀 과도한 측면이 있었다”고 말한다. 비유법도 즐긴다. 개헌을 추진하는 사람은 다윗, 반대 세력을 골리앗에 빗대 “다윗이 골리앗을 이긴다”는 말로 개헌 의지를 피력하고 있다.

그러나 이 장관은 10여년 야당 생활이 낳은 투사형 이미지에 지난 경선 때부터 굳어진 박 전 대표와의 갈등을 통해 형성된 대립각 프레임(구도)을 깨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본인은 박 전 대표를 겨냥한 발언이 아니라며 언론보도에 억울해하지만 친이명박계 의원들조차 “저의가 과연 없었겠느냐”고 믿지 못하는 분위기다.

김나래 기자 nar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