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석만 하면 졸업’ 더 안통한다… 학생부 원점수·평균은 존속 ‘부풀리기’ 차단

입력 2011-02-18 18:40

한국교육개발원이 18일 발표한 ‘중·고교 학사관리 선진화방안’은 크게 내신 성적 절대평가 전환, F학점 재수강제 도입으로 요약된다.

현행 고등학교 9등급 상대평가제는 20005년 성적 부풀리기를 막고 내신의 객관성을 보장하기 위해 도입됐다. 등급별로 비율을 정해 해당 학교 내에서 학생 성적이 어느 정도 위치인지 파악하기 쉽게 하자는 취지다. 상위 4%는 1등급, 그 다음 7%는 2등급을 주는 방식이다.

그러나 9등급제는 학생들을 성적순으로 줄을 세운 뒤 일정 비율로 등급을 매기게 돼 학생들 간의 과도한 점수 경쟁을 부추긴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점수 1∼2점 차이에 따라 등급이 결정되면서 ‘얼마나 잘 배웠느냐’가 아닌 ‘누구보다 더 좋은 점수를 받았느냐’로 학생을 평가해 비교육적이라는 비판도 있다.

교육개발원이 제시한 방안은 고교에 A-B-C-D-E-F 등 6단계 절대평가 방식을 도입하자는 것이다. 절대평가에서는 등급 비율을 두지 않고 누구나 좋은 성적을 얻으면 A를 받을 수 있다.

평가원은 절대평가가 교사가 학생들에게 무더기로 높은 점수를 주는 ‘내신 부풀리기’를 막기 위해 학생생활기록부에는 현행대로 원점수, 평균, 표준편차를 표시토록 했다. 절대평가에다 학생의 상대적 수준을 병기하는 ‘절충형’인 셈이다. 이에 따라 절대평가가 도입되더라도 학생은 자신이 전체 학생 중 영역별로 어느 정도에 위치에 있는지를 알 수 있다.

교육개발원은 또 교과 특성에 따라 평가 단계를 다양화할 수 있도록 했다. 국·영·수 등은 6단계로 하되 음악·미술·체육은 A-B-C-F 4단계, 교양이나 기초·심화과정 교과는 P(Pass) 또는 F 2단계로 결정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현재도 예체능은 우수-보통-미흡 등 3단계로 평가하고 있다.

또 중학교는 수-우-미-양-가 5단계에서 역시 A-B-C-D-E-F 6단계 평가로 바꾸도록 했다. 중학교는 현재도 수-우-미-양-가는 절대평가로 하고 성적과 석차를 기재하고 있다. 이에 따라 개선안이 도입되더라도 평가 단계만 1단계 늘어날 뿐 큰 변화는 없다.

고교 절대평가가 자리 잡기 위해서는 내신이나 수능 위주의 대학 선발 방식이 먼저 다양화돼야 한다는 게 교육계 중론이다. 대학들이 내신 절대평가로는 우수 학생을 선발하기 어렵다는 핑계로 논술이나 구술면접 등을 강화하는 등 부작용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F학점제 도입은 출석일수만 채우면 졸업하는 형식적인 학사관리 대신 최소한의 학업성취도를 통과해야 졸업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중·고교 모두 6단계 절대평가의 최하위 단계인 F단계를 받은 학생은 해당 과목을 재이수해야 졸업할 수 있다. 교육과학기술부 관계자는 “재이수를 하면 최소한 F단계보다는 좋은 점수를 얻게 된다”며 “제도 도입 취지가 졸업을 시키지 말자는 것이 아니라 한번 더 수업을 듣게 하자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F단계는 내년부터 학교별로 일부 과목에 시범 적용되고 2014년부터는 전면 도입된다.

임성수 기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