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 영업정지 후폭풍] ‘삼화’ 인수 우리금융, 민영화 지연될 듯

입력 2011-02-18 21:43


우리금융지주가 삼화저축은행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우리금융은 다음달 초 금융 당국의 인가를 거쳐 중순 이후 삼화저축은행 영업을 재개할 예정이다. 그러나 정부가 다른 후보 업체들을 제쳐두고 민영화를 앞둔 우리금융에 부실 저축은행을 떠넘겨 덩치를 키우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도 나온다. 우리금융은 지난 15일 이팔성 회장 연임에 이어 다음달 차기 우리·광주·경남은행장은 물론 저축은행장까지 인선하는 등 숨쉴 틈 없는 일정을 소화하게 됐다.

예금보험공사는 18일 본입찰에 참여한 3개 금융지주 가운데 우리금융을 삼화저축은행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예보는 신한·우리·하나금융이 써낸 자산·부채 인수 범위와 순자산 부족액에 대한 자금지원 요청액 등을 검토한 뒤 ‘최소비용원칙’에 따라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했다고 설명했다.

우리금융은 직접 저축은행을 설립해 자산과 부채를 떠안는 자산·부채 이전(P&A) 방식으로 삼화저축은행을 인수한다. 예보기금으로 순자산 부족분을 수혈받고 1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도 시행할 예정이다.

우리금융이 삼화저축은행을 인수하면서 당분간 민영화 작업은 지연될 것으로 보인다. 일단 덩치가 커진 데다 인수 자금 확보 및 저축은행 정상화에도 상당 기간이 소요될 것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정부 주도의 금융회사를 통해 금융정책을 주도하는 게 필요하다는 정부 내 여론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시중은행 고위 임원은 “우리금융이 삼화저축은행을 인수하면서 당분간 민영화 작업도 연기될 것으로 보인다”면서 “한편으로는 민간 금융기관에 저축은행에 대한 정책 실패를 떠넘긴다는 비판을 피하기 위해 우리금융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우리금융 관계자는 “민영화와 저축은행 인수는 별개의 문제”라며 “은행 부문이 80%를 차지해 사업을 다각화하는 차원에서 삼화저축은행 인수를 결정했고, 인수 금액도 1000억원 안팎으로 부담이 적다”고 말했다.

우리금융은 이날 계열 은행인 우리·광주·경남은행의 차기 행장 선임을 위한 행장후보추천위원회(행추위)를 열고 행장 선임 일정을 확정했다. 행추위는 19일부터 다음달 4일까지 3개 행장 후보를 공개 모집한 뒤 다음달 말 예정된 주주총회에서 최종 확정할 예정이다.

차기 우리은행장 후보로는 윤상구 우리금융 경영혁신 및 홍보담당 전무와 김정한 리스크담당 전무, 이순우 우리은행 수석부행장, 이병재 우리파이낸셜 사장 등이 거론되고 있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