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 영업정지 후폭풍] 명칭 바꿔 ‘불량’ 이미지 빼주고 PF대출 길 터주고… ‘부실 책임론’ 비등

입력 2011-02-18 18:18


삼화저축은행에 이어 부산저축은행 계열 2곳에 대한 영업정지를 계기로 저축은행 부실이 이 지경까지 커진 데 책임 논란이 일고 있다. 저축은행 관련 주요 정책이 바뀌는 길목에 서 있던 주요 책임자 가운데 일부는 현직에 있기도 하다.

우선 저축은행 부실 주범으로 꼽히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확대는 2006년 8월 ‘8·8클럽’ 제도가 도입된 영향이 컸다.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 8% 이상, 고정이하 여신비율 8% 이하면 우량 저축은행으로 분류돼 개별 법인에 80억원 이상 대출이 가능해졌다. 업계에서는 이 때부터 저축은행이 소액 서민대출이라는 본업에서 벗어나 거액 대출에 나설 수 있는 기반이 됐다고 본다.

당시 8·8클럽 제도 도입을 주도한 정책당국은 재정경제부(현 기획재정부)로 한덕수 주미 한국대사가 부총리 겸 장관이었다. 실무를 지휘했던 금융정책국장은 임영록 전 재경부 제2차관이었다. 제도 도입 후 부동산 PF에 자금이 쏠리지 않도록 건전성 감독 의무가 있었던 금융감독위원장 및 금융감독원장 겸직 자리에는 윤증현 현 기획재정부 장관이 앉아 있었다.

8·8클럽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2002년 금융당국이 현재 저축은행 전신인 상호신용금고를 상호저축은행으로 명칭을 변경한 점도 부실을 키우는 데 일조한 원인으로 꼽힌다. 금고에서 상호저축은행으로 ‘간판’을 바꿔달면서 이미지 제고를 통해 PF대출 등의 영업 확장이 유리해졌다는 지적이다. 명칭 변경은 2000년 법안이 만들어져 2002년 3월부터 시행됐다. 당시 재경부는 2006년 상호저축은행에서 ‘상호’자도 뺄 수 있도록 했다.

기획재정부 고위 관계자는 18일 “외환위기 이후 200개가 넘었던 상호신용금고가 절반 가까이 다 망하면서, 이미지도 바꿔주고 상응하는 책임도 지우는 의미에서 이름을 바꿔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명칭 변경 법안이 만들어진 2000년 금융정책국장이었던 이종구 한나라당 의원은 “명칭 변경은 당시 상호신용금고 업계의 숙원사업이기도 했다”고 말했다. 당시 정치권과 정부를 상대로 업계의 로비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당시 정책을 집행했던 한 관계자는 “명칭 변경과 함께 은행이라는 이름에 걸맞은 건전성 강화 정책도 대폭 이뤄졌다”며 “현재 수백곳 저축은행 가운데 일부 몇 군데가 부실화된 것을 가지고 규제 완화 탓으로 해석하는 건 곤란하다”고 말했다.

백민정 조민영 기자 min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