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 영업정지 후폭풍] ‘뱅크런’ 한숨 돌렸지만… 野반대에 예보법 개정 불투명

입력 2011-02-18 18:16

업계 자산순위 1위 부산저축은행 계열사 중 2곳이 영업정지되면서 이틀째 부산저축은행 계열사에 대한 뱅크런(대규모 예금인출 사태)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다만 이들을 제외한 여타 저축은행에서는 별다른 이탈 조짐이 없어 영업정지 충격이 저축은행업계 전반으로 확산되진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관련 정부가 예금보험기금 공동계정을 통해 10조원을 조성, 저축은행 정리재원으로 사용키로 하면서 국회의 예금자보호법 개정안 처리 여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그러나 민주당이 반대 입장을 당론으로 확정하면서 이달 임시국회 중 처리 여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뱅크런 잦아들까=부산저축은행과 계열사에는 이틀째 예금 인출 행렬이 이어졌다. 18일 부산2저축은행에는 예금을 인출하려는 사람들이 이날 오전에만 4000여명 이상이 몰려 예금인출 대기표가 동났다. 부산 덕천동 본점과 충무동 지점, 남천동 지점에도 남보다 예금을 먼저 인출하려는 예금자들이 몰려 하루 종일 북새통을 이뤘다. 영업정지를 당한 대전저축은행의 대전 선화동 본점도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고객들로 하루 종일 발 디딜 틈이 없었다.

금융위원회가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 5% 미만이라고 밝힌 저축은행에도 예금 인출 러시가 이어졌다. 전남 목포 무안동 보해저축은행 본점에는 이날 예금자 수백명이 몰려와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그러나 금융당국에 따르면 영업정지 대상을 제외한 19개 대형 저축은행에서 인출된 예금은 지난 17일 오후 4시 기준으로 1456억원에 불과해 지난달 삼화저축은행 영업정지일 당시 유출액 2744억원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 이 가운데 오히려 6개 저축은행의 예금은 145억원이 증가했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만기 연장을 문의하는 고객 위주로 안전한지를 물어보는 경우는 있지만 삼화 당시처럼 문의가 쇄도하지는 않고 있다”고 말했다.

◇예보법 개정, 국회 격돌 불가피=정부는 예보기금 내에 공동계정을 설치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예금자보호법 개정을 추진 중이다. 은행, 증권, 보험, 저축은행 등에 업권별 대규모 부실이 발생할 경우 공동기금을 통해 이를 처리토록 하기 위해서다. 이번 저축은행 부실 사태도 개정안이 통과되면 공동기금 10조원, 저축은행중앙회의 지급준비금 3조원과 2조원의 유동자금을 사용해 정리할 수 있을 것으로 자신하고 있다.

그러나 야당이 “예보기금 공동계정 설치는 미봉책에 불과하다”며 반대하고 있어 이달 임시국회에서 처리될지는 불투명하다.

민주당은 정부 여당이 추진 중인 예금자보호법 개정안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당론으로 정했다. 민주당 정책위 수석부의장이자 국회 정무위 간사인 우제창 의원은 “매년 공동기금으로 8000억원이 들어와 향후 10년간 8조원이 된다는 것인데 이는 결국 리스크를 미래로 옮기는 것”이라며 “공동책임이 되면 금융사들이 리스크 관리를 소홀히 하고, 당연히 경영진의 도덕적 해이가 발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나라당이 예금자보호법 개정안을 강행 처리하려고 하지만 우리는 이에 단호하게 반대한다”면서 “저축은행 부실에는 금융당국의 책임이 큰 만큼 공적자금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만약 예금자보호법 개정이 불가능해지면 금융당국은 삼화저축은행처럼 민간 금융지주사에 다시 부실 저축은행을 넘기는 방안을 추진할 전망이다. 이 경우 금융당국의 정책 실패를 또다시 민간금융에 떠넘긴다는 비판이 불거질 것으로 보인다.

강준구 김호경 기자, 대전·부산=정재학 윤봉학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