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유 부족에… 커피값도 ‘들썩’
입력 2011-02-18 22:01
서울 서초동의 무역회사에 다니는 직장인 김정은(33·여)씨는 최근 단골 커피전문점을 바꿨다. 회사에서 가장 가까운 커피전문점이 얼마 전 가격을 올렸기 때문이다. 김씨는 “점심시간마다 하루 한 잔 마시는 커피가 고된 직장생활에서 작은 위로였지만 구내식당 점심 값보다 비싼데 끊어야 하나 고민”이라고 말했다.
국제 원두 가격 상승과 유류비 인상, 구제역에 따른 우유 공급 부족 등으로 커피 가격마저 인상 압박을 받고 있다. 18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우유 공급량이 본격적으로 부족해지는 다음 달 이후 커피 값이 인상될 가능성이 크다.
이미 커피 값을 올린 곳도 있다. 탐앤탐스는 지난 14일 에스프레소 제품별로 100∼400원씩 가격을 올렸다. 3600원 하던 카페라테는 3900원이 됐다. 탐앤탐스는 “원두 가격 인상 등 원재료 값 상승 부담 때문에 3년 만에 가격을 인상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1월 커피 가격을 올린 스타벅스를 포함해 다른 커피전문점들은 당장 커피 값을 올릴 계획이 없다고 말한다. 하지만 한 업계 관계자는 “드러내놓고 가격 인상을 말하는 것이 조심스러워 그렇지 우유 값마저 오르면 커피 가격도 덩달아 인상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스타벅스나 커피빈 등 직영으로 운영되는 외국계 커피전문점은 원가 상승에 따른 부담을 기업이 감당하기 때문에 사정이 나은 편이다. 문제는 가맹점이 많은 토종 커피전문점들이다. 원가 상승 부담을 가맹점주와 나눠 지고 있는 곳이 많아 우유 값까지 오르면 커피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커피 가격 인상을 압박하는 가장 큰 요인은 원두 값 상승이다. 지난 17일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아라비카종 커피 선물이 파운드당 2.6885달러에 거래됐다. 이는 전날보다 7.25센트(2.8%) 오른 것으로 사상 최고 수준이다. 지난해 브라질 등지에서 커피 작황이 나빠 수급이 부족해진 것이라 원두 가격은 쉽게 진정되지 않을 전망이다.
구제역 여파로 불거진 우유 공급 부족도 커피 가격 인상을 부추긴다. 우유가 부족하면 수입산 멸균우유를 사용할 수도 있지만 커피전문점들은 이 가능성을 매우 낮게 보고 있다. 카페라테, 카푸치노 등에 들어가는 우유가 커피 맛을 좌우하기 때문이다. 커피 품질을 고려하면 공급 부족으로 우유 값이 올라도 국산 우유를 쓸 수밖에 없는 것이다. 수입산을 쓰더라도 질 좋은 제품은 가격이 비싸다.
한 커피전문점 관계자는 “업체마다 가격을 올리지 않고도 원가 부담을 이겨낼 수 있도록 대책 마련에 힘쓰고 있다”면서도 “정부의 물가 대책에 협조하면서 최대한 가격 관리를 하고 있지만 원가 부담의 한계가 보이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