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두바이유 100달러 돌파땐 ‘관심→주의’ 경계단계 격상

입력 2011-02-18 22:03


두바이유 가격이 배럴당 100달러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당분간 계속 오를 것이란 전망이 많아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한국석유공사는 17일 거래된 두바이유 현물 가격이 배럴당 1.53달러 오른 99.56달러를 기록했다고 18일 밝혔다. 2008년 9월 이후 최고치로 지난달 평균 가격보다 7.01달러, 지난해 평균 가격보다는 21.43달러 비싸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거래된 3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가격도 전날보다 1.37달러 오른 86.36달러에 거래됐다. 런던 석유거래소(ICE)의 북해산 브렌트유 4월 인도분은 1.19달러 내린 102.59달러에 마감됐지만 지난 9일 100달러를 넘긴 이후 100달러 초반을 공고히 유지하고 있다. 브렌트유 가격도 지난해 평균 가격보다 20달러 이상 비싼 상태다.

두바이유 가격 상승의 직접적인 원인은 중동 정세 불안이다. 이집트 민주화 시위는 무바라크 대통령의 퇴진으로 진정됐지만 인근 바레인에서 유혈시위가 벌어지는 등 불안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여기에 이란 군함의 수에즈 운하 통과를 놓고 이란과 이스라엘 간의 긴장이 높아지고 있는 것도 중동 정세를 악화시키는 요인이다. 특히 우리나라가 수입하는 원유의 82%가 중동산임을 감안하면 중동 불안은 국내 경제의 큰 불안요인이다.

중동 정세가 안정되더라도 세계 경제가 빠른 회복세를 보이면서 수요가 늘고 있기 때문에 가격이 내려갈 여지는 거의 없다는 지적이 많다. 또 유동성 증대에 따른 투기자금이 석유시장에 몰려드는 것도 유가 상승을 부채질하고 있다. 때문에 민관합동으로 구성된 국제유가전문가협의회는 올해 유가 전망치를 90달러로 수정했다. 작년 12월 말 전망치인 80∼85달러보다 5∼10달러 상향조정한 것이다.

정부는 유가 상승폭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지식경제부 관계자는 “두바이유 가격이 5일 이상 100달러를 웃돌 경우 현재 ‘관심’인 경보단계를 ‘주의’로 상향조정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주의단계가 되면 공공기관과 지방자치단체들이 관리하는 교량 조명과 기념탑, 분수대 등의 경관 조명을 끈다. 또 에너지소비가 많은 유흥업소 네온사인 등에 대한 소등조치도 내릴 수 있게 된다.

장기적 관점에서 기름 소비를 줄일 수 있는 종합 에너지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높다. 두바이유 평균가격은 2003년 26.8달러였지만 지난해는 3배 오른 78.13달러를 기록했다. 2008년 사상 최대의 폭등 가격과 이 가격이 조정됐던 2009년을 제외하면 두바이유 가격이 매년 평균 10달러씩 오르고 있는 것이다. 쓰면 쓸수록 원유매장량이 줄어들기 때문에 원유가격은 상승할 수밖에 없다. 업계 관계자는 “MB정부가 내건 ‘녹색성장’ 슬로건에 걸맞도록 정부가 나서서 에너지 저소비와 관련된 큰 그림을 그려야 한다”면서 “기름 한 방울 안 나는 나라가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고 말했다.

김도훈 기자 kinch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