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든 시간대 개그 신인들 재능 깨운다… ‘웃고 또 웃고’·‘개그스타’ 심야 웃음쇼

입력 2011-02-18 18:26


코미디 프로그램이 신인 개그맨 육성에 팔 걷고 나섰다. 지난 16일 첫 방송한 MBC ‘웃고 또 웃고’(수 밤 12시30분)와 12일부터 시즌2를 시작한 KBS 2TV ‘개그스타’(토 밤 12시)는 높은 시청률을 기대하기 힘든 ‘버려진 시간대’에서 끼 있는 신인 개그맨을 육성하기 위해 고군분투 중이다.

‘개그스타’에서 신인 개그맨들이 주축이 된 ‘판타지 극장’과 ‘박쥐’는 파격적인 형식으로 호평 받고 있다. ‘판타지 극장’은 개그맨의 설명으로 상황을 상상하는 데서 웃음을 유발하고, ‘박쥐’는 개그맨들이 거꾸로 매달려 피가 머리로 쏠릴 것 같은 상황을 참아내는 모습에서 탄성을 자아낸다.

‘개그스타’는 아이디어는 풍부하지만 구성력은 부족한 신인 개그맨들에게 선배 개그맨을 멘토로 붙여서 코너를 완성시킨다. 이봉원 김준호 송은이 등 선배 개그맨 3명은 각각 극장주가 돼 15명 내외의 후배 개그맨을 거느린다. 후배 개그맨들은 일주일 내내 선배 개그맨과 제작진에게 아이디어 검사를 받고 훈련을 통해 방송 무대에 오른다.

개그를 하고 싶어도 무대가 없어 기회를 잃었던 타사 개그맨들도 ‘개그스타’에 합류했다. SBS 공채 개그맨 박은영 이수지 최호진과 MBC 공채 개그맨 홍훤은 ‘개그스타’에서 새 코너를 준비 중이다. 방송이 끝난 후 방청객들이 가장 재미있는 극장단을 택하는데, 선택받지 못한 극장단은 길거리에서 프로그램을 홍보해야하는 벌칙을 받는다.

문성훈 KBS PD는 “시즌1은 경쟁을 강조해서 우승하지 못하는 코너는 사장됐는데, 시즌2에는 육성에 방점을 둬서, 모든 프로그램이 제작진과 선배들의 도움으로 점차 모양을 완성해가는 데 주력한다”고 말했다.

‘웃고 또 웃고’도 마찬가지다. 이 프로그램은 사회 정치 풍자 코미디를 강화해 ‘개그콘서트’ ‘개그스타’와 차별화에 나선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와 탤런트 김혜자를 패러디한 ‘혜자쇼’와 법조인을 풍자한 ‘위대한 법정’은 개그맨들의 사실적인 연기가 돋보인다. “제가 인간적인지 아닌지는 시장 사람들이 결정할 일입니다” “제가 사야할지 안 살지는 지인과 상의해서 답해드리겠습니다” 박 전 대표를 패러디한 정성호의 대사는 방송 첫 회만에 인터넷에서 유행어로 회자되고 있다.

‘웃고 또 웃고’를 연출한 김정욱 MBC PD는 “다시 코미디 프로그램을 만들 때 코미디 인재가 없어서 고민이 컸다. 이번에는 단기적으로 시청률만 볼 게 아니라, 멀리 보고 신인을 육성하는 장으로 만들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어 “현재 대학로를 중심으로 괜찮은 인물을 섭외 중이고, 개그에 뜻이 있는 일반인들도 스마트폰으로 지원 가능한 UCC 공모를 기획 중”이라고 말했다.

이선희 기자 su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