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화당, 예산전쟁 선포… “총 615억 달러 반드시 삭감”

입력 2011-02-18 17:54

미국 공화당이 버락 오바마 정권을 향해 예산 전쟁을 선포했다.

존 베이너 하원의장(공화당)은 17일(현지시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내 입술을 똑똑히 봐라”라고 일갈했다. 이 말은 아버지 조지 부시 전 대통령이 1988년 세금 인상이 없을 것임을 공약으로 내세우면서 했던 유명한 말이다.

베이너 의장은 올해 회계연도 예산 가운데 “총 615억 달러를 삭감하겠다”고 말하면서 이 표현을 사용했다. 미국 정치권에서 이 표현은 자신의 정치적 생명을 걸고 ‘꼭 지키겠다’는 배수진을 칠 때 하는 말이다. 부시 대통령이 공약을 어기고 세금을 인상했으며, 결국 이것이 문제가 돼 92년 대선에서 빌 클린턴 전 대통령에게 패배하고 말았기 때문이다. 베이너 의장은 예산 삭감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 의회 통과를 지연시켜 연방정부 폐쇄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다고 강력한 의지를 내비쳤다.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9월까지인 2011년 회계연도 예산안은 지난해 하반기 이미 통과됐어야 했다. 하지만 민주당과 공화당이 날카롭게 대립하면서 의회 통과가 무산됐다. 현재까지 임시 예산안을 편성해 부처별 사업을 계속 진행하고 있지만, 신규 사업은 제대로 시작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베이너 의장은 예산안이 통과되지 않을 경우 “정부 재정 지출을 별도로 승인해주는 조치를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임시예산안 시효가 끝나는 오는 3월 4일 이후 연방정부가 폐쇄될 수도 있다는 뜻이다. 클린턴 행정부 때 공화당이 예산안을 승인해주지 않아 연방정부의 기능이 일시적으로 마비된 적이 있었다.

공화당의 삭감 표적에는 노인층 건강보험 프로그램인 메디케어 부문 등 사회복지 예산이 많이 들어 있다. 그러나 오바마 정권은 내년에 예정된 대선을 의식해 일단 사회복지 예산을 건드리지 않는다는 방침을 정해놓고 있어 상당한 파열음이 예상된다. 당장 해리 리드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도 베이너 의장 발언에 “실망스럽다”고 맞대응해 양당 사이에 전운이 감돌고 있다.

워싱턴=김명호 특파원 m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