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일하지 않는 자에게 줄 수당은 없다”

입력 2011-02-19 00:19


“일하지 않는 자에게 지급할 수당은 없다.”

막대한 재정적자에 허덕이고 있는 영국 정부가 17일 실직수당 감축을 골자로 하는 복지개혁법안을 발표했다. 이르면 2013년부터 시행될 이번 법안의 핵심은 일자리 찾기를 게을리하는 실업자에게는 수당을 지급하지 않겠다는 것이라고 일간 텔레그래프 등 현지 언론이 일제히 보도했다.

이는 국민 상당수를 아우르는 ‘보편적 복지’의 원조 국가였던 영국의 사회보장제도가 ‘선택적 복지’로 개편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복지체계의 대대적인 개편은 1940년대 이후 60여년 만이다.

재정적자 감축을 위해 대대적인 긴축을 추진 중인 영국 연립정부는 구직활동을 하지 않는 실업자들이 다시 현업에 종사하도록 적극 유도할 계획이다. 12개월간 실업 상태인 사람이 일자리를 한 차례 제안받고도 거절할 경우 실업수당이 3개월 중단된다. 이후 12개월 내 두 번째로 취업을 거부하면 그 기간이 6개월로 늘어난다. 실업수당 지급을 중단할 수 있는 기간은 최대 3년까지다. 이와 함께 50여개가 넘는 복잡한 수당 지급체계를 ‘일반적 수당(universal credit)’이란 개념으로 단순화해 가구당 최대 수당을 연간 2만6000파운드(약 4700만원)로 제한키로 했다.

영국 정부는 복지개혁안이 실시되면 향후 4년간 모두 180억 파운드(약 32조4000억원)를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는 “이번 개혁안은 복지체계가 만들어진 이후 취해지는 가장 근원적이고 급격한 변화(fundamental & radical changes)”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어 “일하는 사람에게는 보상이 주어질 것”이라며 “특히 극빈층에게 혜택을 주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던컨 스미스 노동연금부 장관은 “현재 너무 많은 사람들이 복지수당에 의지하면서 일을 하려 하지 않는다”며 “이번 개혁안은 실업자들에게 일을 하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는 이번 개혁안으로 270만 가구가 결과적으로 더 많은 혜택을 볼 것으로 추산했으나 노동계는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상급 노동단체인 영국노동조합회의 브렌던 바버 위원장은 “복지수당을 삭감하는 것이 증가하는 실업률에 대한 해답은 아니다”라며 “실업의 원인을 단순히 실업자에게만 돌리는 발상은 잘못된 것”이라고 비난했다.

지난해 4분기 영국의 실업자 수는 249만명으로 사상 최고를 기록했으며 실업률은 7.9%로 집계됐다.

이동재 선임기자 dj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