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범죄수사극 “국왕을 지켜라!”… 강영수 ‘조선명탐정 정약용’ 출간
입력 2011-02-18 17:33
소설가이자 한문학자인 강영수(59·사진)씨가 지난 한 해 동안 인터넷 매체에 연재했던 장편 ‘조선명탐정 정약용’(문이당)을 냈다. 사헌부 지평에 봉해진 다산 정약용이 정조를 음해하던 반역 무리의 음모를 파헤친다는 내용이다. 사헌부 지평은 지금의 검사에 해당하는 정 5품 벼슬이다.
“규장각에서 온종일 실학 논의를 한 탓에 피곤한 몸을 누운 주상은 중전의 응석에 잠깐 잠이 깼으나 이내 코를 골았다. 달빛을 움켜쥔 바람 주머니가 휘퍼럭대며 스쳐 간 경희궁 담 밖에서는 고양이 걸음으로 살금살금 다가서는 이들이 있었다. 검은 옷차림의 그들은 등에 검을 차고 있었다.”(12쪽)
때는 정조 14년. 정조는 꿈에 나타나는 반역 무리들의 흔적에 시달리다 정약용을 불러 재수사를 지시한다. 정약용은 아직 반역 잔당이 남았음을 확신하고 그들의 뒤를 쫓는다. 사건을 수사하며 조금씩 밝혀지는 진실의 중심에는 가지가 셋인 매화나무 그림이 있다. 정약용은 이것이 반역 잔당들의 증표임을 확인하고 일련의 공통점을 찾아 나선다.
“전하, 사헌부 지평 정약용 돈수백배하여 아뢰나이다. 성균관 대사성 김은기의 여식 정화 낭자의 죽음은 조정의 세를 누린 무리가 저지른 흉측한 살인 사건으로, 전하의 개혁 정치에 반발하는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사건의 뼛속엔 선대왕 시절 어느 쪽으로도 치우치지 않은 대사성 대감에 대한 원망과 은원이 깊게 남아 있었나이다.”(151쪽)
모든 사건은 정조를 따르는 주축을 제거하고 반역 무리의 씨앗을 후궁으로 만들어 세력을 키울 계략의 소산이었다. 그러나 이를 예측한 정조와 정약용의 끈질긴 수사로 이들의 계획은 무산되고 만다.
소설엔 정약용을 돕는 부하로 학문과 의술을 갖춘 다모인 서과가 등장한다. 서과는 정약용의 손이 닿지 않거나 여인들과 관련된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작가가 만들어낸 상상 속의 여인이다. 강씨는 “정약용은 과거에 급제한 후 사헌부 지평으로 있을 때 정조의 특별한 지시로 암행했다”며 “왕권이 굳건히 서지 못한 그 시대에 조선의 뒷골목을 거닐었던 그의 기록을 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정철훈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