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숫가 갤러리에 걸린 ‘입체 산수’의 절경… 임택 개인전 ‘차경‘借景’을 하다’

입력 2011-02-18 18:00


경기도 가평군 고성리 청평호숫가에 위치한 류미재 갤러리 하우스는 사업가인 류미재씨가 2009년 별장으로 지었으나 지난해 리모델링을 거쳐 전시와 음악회 등을 열 수 있는 문화예술공간으로 거듭났다. 물 좋고 공기 좋은 곳에 자리한 갤러리는 거실과 침실 등에 그림을 걸고 야외 테라스와 정원에는 조각작품을 설치했다. 호수와 연결된 선상문화공간에서는 음악회가 수시로 열린다.

겨울의 청평호수는 온통 눈으로 덮여 설원의 풍경을 연출하고 있다. 이에 맞춰 ‘옮겨진 산수(山水) 유람기(遊覽記)’로 잘 알려진 임택(39) 작가의 개인전 ‘차경(借景)을 하다’가 4월 3일까지 열린다. 자연 풍경을 빌려와 다양한 미디어로 재구성한 작품들이 따스한 햇빛이 스며드는 갤러리 곳곳에 걸렸다. 동양화와 서양화가 어우러지고, 회화와 사진이 결합된 작가의 작품은 입체적이다.

바다와 하늘이 맞닿은 곳에서 태양이 붉게 떠오르고, 빙하처럼 떠 있는 하얀 산에는 나무들이 자라며, 그 아래 솜처럼 쌓여 있는 눈 풍경이 청평호수 주변 분위기와 잘 어울린다. 노란 보름달이 떠 있고, 비행기와 새들이 날며, 사람들이 등산을 하거나 패러글라이딩을 하는 모습 등이 담긴 그의 그림들은 현대 도시인들이 꿈꾸는 이상세계의 한 단면을 보여준다.

국내외 전시에서 독특한 입체 산수로 호평 받은 작가는 자신의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들과 풍경들을 미니어처로 만들어 액자 밖으로 끄집어냈다. 관람객들이 틀에 갇혀 벽면에 걸려 있는 작품을 일방적으로 응시하는 산수 유람기가 아니라 작품과 관람객이 만나고 소통하는 작품인 것이다. 산 위 고목을 배경으로 한 사람이 포즈를 취하고 있는 모습을 담은 작품 등이 실감난다.

류미재 관장의 이름을 따되 ‘물이 흐르는 아름다운 집’이라는 뜻을 부여한 류미재(流美齋) 갤러리 하우스는 번잡한 도시를 잠시 떠나 호젓하게 문화를 향유하기에 좋은 공간이다. 장수민 큐레이터는 “갤러리를 다녀간 사람들을 중심으로 점차 입소문이 나면서 그림도 감상하고 풍경도 즐기려는 가족이나 단체 관람객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갤러리 관람은 예약제로 한다(031-585-8765).

글·사진=이광형 선임기자 g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