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뭉치 사장의 레스토랑서 벌어지는 코믹물… ‘소울 키친’

입력 2011-02-18 17:34


이 레스토랑, ‘소울 키친’에서 정신없이 웃다 보면 99분이 훌쩍 지나간다. 그런데 이 식당의 음식은 달콤하기만 한 게 아니다. 짠맛과 신맛과 쓴맛과 떫은맛까지 지나칠 정도로 충분한, 그래서 더더욱 그냥 지나칠 수 없는 매력을 지녔다.

주인공 지노스(애덤 보스도코스)는 함부르크에서 그저 그런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청춘이다. 사고뭉치 젊은이가 운영하는 그저 그런 레스토랑일지라도 지노스는 어엿한 주인. 애인이 꿈을 찾겠다며 상하이로 떠나버리고, 세무서로부터 세금을 독촉 받고, 무거운 물건을 들다 허리가 망가지지만 않았다면 그가 고집불통 괴짜 요리사 쉐인(비롤 위넬)을 고용할 일은 없었을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교도소에서 복역하던 형 일리아스(모리스 블라이브트로이)가 나와 취직을 시켜달라고 조른다.

제각각 약점이 있는 세 사람이 합세해 레스토랑 ‘소울 키친’을 지킨다는 게 대략의 줄거리. 소울 키친엔 문화가 담긴 요리를 사랑하는 셰프의 훌륭한 음식이 있고, 비록 인근 클럽에서 훔쳐온 음향기기에서 나오는 것이긴 하나 신나는 음악이 있다. 월세를 몇 달째 못 내거나 환영받는 곳 없는 삼류밴드 연습생이어도 소울 키친에서만큼은 마음 편히 있을 수 있으니 낙원이 아니고 뭔가. 이곳의 적들은 토지 매매 차익을 노린 투기세력이다. 지노스가 애인을 따라가겠다며 소동을 일으키는 동안 일리아스는 레스토랑의 명운을 걸고 적들이 벌인 도박판에 뛰어드는데, 사고뭉치 형제가 하는 일이 잘 될 리 없다. 지노스의 운세도 롤러코스터 타듯 요동친다.

삶은 쉽지 않으나, 거리를 유지하고 지켜보는 관객 입장에서 이들의 힘겨운 삶은 코미디로 보인다. 지노스의 삶도 우스꽝스러운 비극의 연속일 뿐. 하지만 머리도 성격도 운도 좋지 않은 그는 끝내 모든 것을 이뤄내니, ‘원래 있던 낡은 것’들에 대한 감독의 따뜻한 시선 덕택일 것이다. 이를 인간성에 대한 애정이라고 둘러말해도 된다면, 이 영화가 배꼽 잡는 코미디의 차원을 넘어선 그 무엇의 감동을 보여주는 이유도 그같은 애정 때문이리라.

이 영화의 각본을 쓴 건 다름 아닌 주인공 애덤 보스도코스다. 그는 실제 자신이 운영하는 레스토랑을 모델로 이야기를 만들어 천연덕스럽게 연기까지 해냈다. 제66회 베니스국제영화제 심사위원특별상 수상작으로, 1973년생인 파티 아킨 감독은 칸·베를린·베니스 영화제에서 모두 수상한 최연소 감독 기록을 갖고 있다.

양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