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부지 녀석, 학교에 잘 적응할까”…설렘 반 걱정 반 ‘왕초보 학부모’를 위한 조언
입력 2011-02-18 18:06
“엄마, 이제 열두 밤만 자면 되는 거지? 그럼 학교 가는 거지?” 요즘 기수(7)는 잠자리에 들 때마다 학교 갈 날을 꼽으면서 싱긍벙글이다. 낮에는 가방을 매고 엄마 손잡고 학교까지 가보기도 한다. 하지만 이침에는 등교 시간에 맞춰 잠을 깨우는 엄마에게 도리질을 해댄다. “나 학교 가기 싫어. 싫어!”
설렘 반 걱정 반. 초등학교 입학을 앞둔 아이는 물론 부모들도 그렇다. 특히 첫 아이를 초등학교에 보내는 ‘왕초보 학부모’들은 걱정보따리가 조금 더 크다.
첫아이 기수를 학교에 보내는 현윤경(경기도 김포시)씨는 “공부보다는 다른 걱정이 더 많다”고 했다. 요즘 아이들은 한글은 물론 영어 덧셈뺄셈도 웬만큼 익힌 상태이니 공부 염려는 드물다. 현씨의 걱정거리는 크게 두 가지. 아이가 학교에 잘 적응할지와 담임선생님을 어떻게 대접할 것인가다. 학부모들 사이에선 ‘담임선생님은 피해갈 수 없는 운명’이란 우스갯말이 있다. 그만큼 어렵다는 얘기다.
초등학교 교사 황진영(서울 안산초등학교)씨는 “엄마들이 걱정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엄마의 이런 마음이 아이에게 전해지면 아이는 더 불안하게 된다”면서 “아이에게 학교와 교사에 대한 긍정적인 생각을 심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휴직 중인 황 교사는 교사와 학부모로서의 경험을 담아 ‘희재야 학교 가자’를 16일 출간했다. 황 교사의 도움말로 왕초보 학부모들의 고민에 대한 해법을 알아본다.
◇집중 훈련을 시켜라=학교 수업시간은 40분. 아이들에겐 꽤 긴 시간이다. 당장 오늘부터 10분씩 책상에 앉아 그림이나 책읽기 등 과제를 하도록 훈련한다. 익숙해지면 20분, 30분으로 점차 시간을 늘려간다. 화장실도 휴식시간에 가도록 지도한다.
◇큰소리로 똑똑하게 답하기 연습시켜라=목소리 큰 아이들이 똑똑해 보이고 발표기회도 많이 얻게 된다. 바른 자세로 인사하기, 크게 답하기, 똑똑하게 말하기 연습을 시키도록 한다. 우물거리거나 작게 말한다고 야단을 쳐선 절대 안 된다. “그래, 전보다 나아졌네!” 등 격려와 칭찬을 해서 힘을 북돋워주도록 한다.
◇시간 개념을 익혀줘라=학교생활에서 시계를 볼 수 있으면 주도적인 활동이 가능해진다. 시계 보는 법을 알려주고, 시간개념도 가르친다. 10분이 어느 정도 시간이며, 40분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할 줄 알아야 수업시간, 쉬는 시간, 점심시간을 활용할 수 있게 된다. 놀이터에 갔을 때 “10분만 놀고 들어가자”, 간식을 주기 전에 “5분 뒤에 줄게” 등으로 훈련시키면 효과를 얻을 수 있다.
◇교사와 학부모 신뢰가 중요=교사와 학부모는 어려운 사이지만 아이를 위해선 제일 가까워져야 하는 사이다. 3월 두세 번째 주에 하게 되는 학부모 오리엔테이션에는 꼭 참가하는 것이 좋다. 교사의 교육방식, 수업 생활지도방식 등을 알고, 또 아이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기 때문이다. 학기 중에 의문이 생기거나 미심쩍은 부분이 있을 때는 먼저 교사에게 문의하는 것이 상책이다.
◇교사와의 상담 어떻게 할까=먼저 전화로 시간약속을 한 뒤 방문한다. 전화 상담을 할 때도 통화가 가능한지 양해를 구한 다음 용건을 말한다. 상담 중 교사에게 지나치게 아이 자랑을 하는 것도 좋지 않지만 아이의 단점을 줄줄이 늘어놓는 것은 금물이다. 고쳤으면 하는 것이 있다면 먼저 긍정적인 부분을 말한 다음 간단하게 “∼한 점이 좀 더 나아졌으면 합니다” 정도가 알맞다.
요즘은 선물이나 촌지는 교사를 되레 부담스럽게 할 뿐이므로 삼가도록 한다. 빈손으로 가기 서운하다면 상담 중 같이 나눠 마실만한 음료수 정도면 충분하다.
김혜림 선임기자 m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