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칠순날 김정은 띄우기 왜? 후계자 위상 과시

입력 2011-02-17 21:59

북한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칠순 잔치를 활용해 후계자 김정은의 위상을 대내외에 과시하고 있다. 김정은을 2인자로 공식화하는 데 신중했던 종전 태도와 확실한 온도차를 느끼게 한다.

조선중앙방송은 17일 노동당 중앙위·중앙군사위, 국방위원회의 합동 경축연회(16일 저녁) 소식을 전하면서 참석자로 김정은을 가장 먼저 호명했다. 이영호 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 김영춘 인민무력부장, 김기남·최태복 비서, 김경희 당 경공업부장, 강석주 내각 부총리, 장성택 당 행정부장 등 당과 군의 핵심 실세들이 집결한 자리였다.

앞서 조선중앙통신도 김 위원장의 공훈국가합창단 공연 관람 소식을 전하면서 김정은을 이영호 부위원장보다 앞서 언급해 눈길을 끌었다. 그동안 북한은 각종 행사에 두 사람이 참석하면 이 부위원장을 먼저 거명해 왔다. 김정은의 정치적 서열 변화를 감지케 하는 대목이다.

김 위원장도 이례적으로 16일 연회에 참석해 아들을 지원했다. 당 중앙위나 국방위 등 대표적 국가기구 차원에서 김 위원장의 생일 연회를 연 것은 2000년부터 현재까지 두 차례(2000년, 2007년) 있었으나 김 위원장이 직접 참석한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김정은이 부위원장으로 있는 당 중앙군사위가 당 중앙위·국방위와 생일 연회를 공동 주최한 것도 처음이다.

이밖에도 김정은을 띄우려는 시도는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조선중앙TV는 김정일의 업적을 찬양하는 30분짜리 기록영화를 방영하면서 지난해 초부터 김정은이 김 위원장을 수행한 장면을 내보냈다. 지난해 9월 당 대표자회에서 후계자로 공식화되기 전부터 김 위원장의 활동을 수행했다는 것을 공개적으로 확인한 셈이다. 김 위원장 건강 이상에 따라 ‘김정은 리더십’이 급조되고 있다는 인상을 불식시키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 방송은 또 양강도 삼지연군(백두산 기슭)에서 열린 얼음조각축전 행사를 소개하면서 ‘수령복’ ‘장군복’뿐 아니라 ‘대장복’이라는 글귀가 담긴 얼음조각상을 공개했다. 김정은은 북한에서 대장동지로 통한다.

그러나 주민들의 관심사인 특별배급은 충분히 이뤄지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북매체는 평안남북도와 황해도 지역에 3일치 쌀이 지급되고 전국 유치원 어린이와 소학교 학생들에게 사탕과자가 전달됐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하지만 함경남북도와 양강도 지역에는 특별배급이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 김 위원장 생일 전날인 지난 15일 서해의 섬 지역 어린이들에게 선물을 전달했다는 선전이 있었지만 이외에는 선물을 줬다는 언급이 없었다.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