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미호 기관장 추락사… 경비원 “호텔방서 다투는 소리” 케냐인 1명 체포
입력 2011-02-17 21:26
소말리아 해적에 납치됐다가 123일 만에 극적으로 풀려난 금미305호에 또 다른 비극이 일어났다. 기관장 김용현(68)씨가 17일 케냐 몸바사항의 한 호텔에서 떨어져 숨졌다. ‘자유의 몸’이 된 지 8일 만이고, 몸바사항에 상륙한 지 이틀 만이다.
외교통상부에 따르면, 김씨는 새벽 2시25분(현지시간)쯤 머물고 있던 C호텔 4층 자신의 방 베란다에서 추락했다. 추락 즉시 소리를 들은 호텔 경비원이 김씨를 발견해 병원으로 옮겼지만 머리에 큰 상처를 입은 김씨는 현장에서 숨진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 시신은 현지 판디아 병원에 안치됐다.
케냐 경찰은 정확한 사망 경위를 밝히기 위해 현지 주변 인물들을 중심으로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경찰은 사고 당시 김씨 방에서 다투는 소리가 들렸다는 호텔 경비원 진술에 따라 함께 있던 케냐인 1명을 체포해 조사 중이다. 주케냐 대사관은 케냐 경찰에 신속하고 정확한 사인을 밝혀줄 것을 요청했다. 김씨는 지난 15일 금미305호가 몸바사항에 입항한 이후 이 호텔에 묵고 있었다.
김씨는 2005년부터 금미305호를 타고 케냐에서 대게잡이에 나섰다. 금미305호는 감척 대상으로 정부로부터 감척지원금을 받은 뒤 폐선 처분됐다. 김씨는 금미305호가 케냐에 중고어선으로 수출되자 당시 선장인 김대근(55)씨와 함께 케냐로 건너가 대게를 잡았다. 수입은 케냐 정부와 계약에 의해 일정부분 분배하는 형식이었다.
하지만 지난해 10월 9일 케냐 근해에서 조업하던 중 해적들에게 납치되면서 김 선장과 김씨는 말할 수 없는 고초를 겪었다. 두 사람은 해적들의 본거지인 소말리아 하라데레항에 억류돼 있으면서 해적들의 몸값 요구에 시달리며 폭행 등 가혹행위를 당했다. 김씨는 말라리아에 걸려 고열에 시달리기도 했다.
이성규 기자, 부산=윤봉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