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은 이집트와 다르다” … 美 이유있는 차별대응

입력 2011-02-17 19:53

이란 시위 사태에 대한 미국의 대응 방식이 이집트와는 다르다.

미국은 대응 초기에 다소 혼선이 있었지만 맹방인 이집트 사태에 적극 개입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까지 나서 민주화를 촉구했고, 호스니 무바라크 전 이집트 대통령에게 사실상 정권 포기를 압박했다. 이란은 핵무기 프로그램 진행으로 인해 미국에 눈엣가시 같은 존재다. 이집트 때보다 더 나서서 정권 교체를 ‘작업’할 만한데도 신중한 접근을 보이고 있다. 왜일까.

우선 미국은 이란에 영향력을 행사할 ‘레버리지’가 없다.

이집트엔 연간 15억 달러에 이르는 경제 원조 등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수단을 갖고 있었다. 워싱턴포스트(WP)는 16일(현지시간) “미국은 이슬람 혁명 이후 이란엔 재정 지원이나 원조가 없어 영향력이 없다”고 분석했다. 이집트와는 상황이 많이 다르다는 것이다. 또 현재의 반미 정권이 무너진다 해도 그 이후의 대안에서도 개입할 여지가 별로 없다.

이집트와는 달리 정권교체를 적극 언급하지 않는 것도 다른 점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란 시위 사태에 대해 “표현의 자유가 있어야 한다”는 원칙적 반응만을 보였을 뿐 ‘시위 이후’와 관련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무바라크 퇴진을 대놓고 압박했던 데 비하면 신중한 자세다.

WP는 “오바마 대통령은 시위대 요구를 표출할 수 있는 자유를 허락하라고 이란 정부에 촉구하면서도 지도부 교체까지는 거론하지 않는 접근법을 취했다”고 설명했다. 미국이 정권교체까지 거론할 경우 이란 집권세력이 “미국과 이스라엘 등 서방의 사주에 따른 것”이라고 선전해 민주화 시위의 명분을 없애면서 시위를 폭압하는 명분으로 삼을 수 있다는 것이다.

뉴욕타임스(NYT)는 행정부 당국자의 말을 인용해 “이란 대처 방식이 ‘정권교체(regime change)’ 전략이 아니다”면서 “이란 체제 내의 균열을 활용하는 데 초점이 있다고 봐야 한다”고 전했다.

미국은 또 이란 시위 과정에서 미국이 이슈로 등장하지 않길 바라고 있다. 그럴 경우 반미 선동에 활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NYT는 “미국은 이란 정권의 ‘외국이 개입했다’는 선동에 이용당하지 않으면서 이란 국민들을 지원할 방안을 찾아야 한다”며 미국의 전략적 활동을 주문했다.

한편 로버트 게이츠 미 국방장관은 이날 하원 군사위원회에 출석해 16일 이집트 및 중동 전역에 걸쳐 정정 불안이 온다고 해도 미군을 파병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워싱턴=김명호 특파원 m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