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비아 시위대 “카다피 퇴진”… 반정부 시위 격화

입력 2011-02-17 21:41

중동·아프리카에서 민주화를 요구하는 반정부 시위가 확산되면서 이를 막으려는 각국 정부의 대응도 강경해지고 있다.

◇17일 ‘리비아 분노의 날’=리비아에서는 지난 15일 밤(현지시간) 제2도시인 벵가지에서 첫 시위가 발생한 데 이어 이튿날인 16일엔 동부의 알바이다와 북서부의 젠탄 등 두 도시에서 ‘카다피 퇴진’을 요구하는 시위가 열렸다고 미국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이날 알바이다에선 보안군이 반정부 시위대에게 실탄을 발사해 최소 4명이 숨졌다고 야권 웹사이트 ‘리비아 알윰’ 등이 전했다.

무아마르 카다피 국가 원수는 16일 방송에 출연했으나 시위에 대해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다. 다만 그는 “혁명론자들이 판치고 있다”면서 “미국과 이스라엘의 꼭두각시는 멸망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BBC가 전했다.

리비아 정부의 강경대응에도 불구하고 반정부 시위는 격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리비아 야권은 17일을 ‘리비아 분노의 날’로 정하고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 서비스(SNS)를 통해 국민에게 시위 참여를 호소했다. 이날 오전에만 1만여명이 시위 참여를 약속했고, 이날 시위 참가자는 전날보다 크게 증가했다. 국외에서 망명 활동 중인 반체제 그룹들도 카다피의 사퇴를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하며 민주화 시위를 독려했다.

◇이란, 대규모 충돌 불가피=반정부 시위가 계속되고 있는 이란에선 이슬람 혁명 32주년인 18일 시위가 최고조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야당 지도자 미르 호세인 무사비 전 총리와 메흐디 카루비 전 국회의장이 가택 연금된 상황에서 시위대는 수도 테헤란을 비롯해 이스파한, 아와즈 등 주요 도시에서의 시위를 예고했다.

시위대는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의 퇴진뿐만 아니라 신정국가 이란에서 최고 권력자의 지위를 누려온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국가 최고지도자까지도 타깃으로 삼고 있다고 AFP통신이 보도했다. 이란 정부가 강경 진압을 지시한 데다 18일 친정부 시위까지 예고돼 충돌이 예상된다.

바레인에서도 17일 시위 진압 과정에서 시위대원 4명이 숨지는 등 유혈사태가 발생해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경찰은 이날 새벽 수도 마나마 펄 광장에 진입해 시위대 천막들을 철거하고 시위대를 광장에서 몰아냈다. 이 과정에서 시위대 4명이 숨졌다고 dpa통신이 전했다. 이후 바레인 국가안보위원회는 계엄령을 선포한 데 이어 광장 곳곳에 장갑차 등을 배치, 군대가 시위 진압에 개입한 것으로 보인다.

한편 호스니 무바라크 이집트 대통령 하야 후 국가운영을 맡은 이집트 군 최고위원회가 총선 및 대선 전 비상계엄령을 해제할 예정이라고 로이터통신이 개헌위 소속 위원의 말을 인용해 16일 보도했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