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구호만으론 공정사회 이룩할 수 없다

입력 2011-02-17 19:59

정부는 17일 청와대에서 이명박 대통령 주재로 열린 제1차 공정사회추진회의에서 공정사회를 구현하기 위해 부처별로 추진할 8개 중점과제를 선정했다. 병역, 납세, 교육, 근로 등 국민의 4대 의무와 국민이 불공평하다고 생각하는 제도와 관행을 개선하는 데 초점을 맞춘 것이다. 이날 회의는 이 대통령이 지난해 광복절 축사에서 국정 철학으로 제시했던 공정사회가 구호에 그쳐서는 안 된다는 점을 확실히 했다는 점에서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

중점과제 세부 항목으로는 의사 변호사 등 고소득 자영업자에 대한 세무검증제 도입, 고액·상습 체납액을 징수하기 위한 특별전담팀 신설, 사회 지도층 인사들의 자제나 연예인 등에 대한 병역관리 강화, 취약계층 고용 확대, 저소득층에 대한 과태료 경감, 경제 능력을 고려한 벌금 책정 방안 등이 포함돼 있다.

이 대통령이 회의에서 “공정사회는 우리 사회를 선진 일류 국가로 만드는 필수적인 일”이라며 “초당적으로, 초정권적으로 실행돼야 한다”고 강조한 것은 시의적절하다. 공정사회를 구현하는 데 여야와 계파가 따로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각계각층의 전폭적인 협조와 관심이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그런데도 지금까지 현실은 공정사회와는 상당한 거리가 있다. 사회 지도층 인사들의 비리와 도덕적 해이가 끊이지 않고 있는 것이다. 장관 내정자들이 도덕적 시비 끝에 잇따라 낙마했고, 유명환 전 외교통상부 장관의 딸 특채 파동까지 불거졌다. 강희락 전 경찰청장, 이길범 전 해양경찰청장, 장수만 전 방위사업청장, 배건기 청와대 감찰팀장 등 권력의 핵심 인사들이 줄줄이 브로커 등으로부터 금품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모범을 보여야 할 인사들이 지탄의 대상이 된 것이다.

이 대통령이 공정사회를 부르짖는다고 해도 사회 지도층 인사들이 솔선수범하지 않으면 헛된 구호에 그칠 수도 있다. 정부는 중점과제들의 이행 여부를 빈틈없이 점검하고, 새로운 과제들도 계속 찾아내 시행해야 한다. 중점과제들이 구두선이나 용두사미로 끝나도록 방치해서는 안 된다. 월 1회 추진회의를 주재해 중점과제들을 직접 챙기겠다는 이 대통령의 강한 의지에 한 가닥 기대를 걸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