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7개월 만에 성폭력 수사대 할 일 없어졌나

입력 2011-02-17 19:56

지난해 6월 초등학교 운동장에서 8세 여아를 납치해 성폭행한 김수철 사건이 터지자 경찰이 아동성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하며 출범시킨 성폭력 특별수사대가 폐지돼 졸속 논란이 일고 있다. 전문수사요원들을 배치해 아동·여성 대상 성폭력 사건을 전담토록 한 특별수사대는 전국 지방경찰청 산하 광역수사대 내에 신설됐다. 당시 경찰청장 주재로 발대식을 하며 거창하게 출범했다. 그러던 특별수사대가 지난 1일 경찰청 조직개편이 단행될 때 슬그머니 폐지됐다. 발족 7개월 만에 사라진 것이다.

국민적 관심이나 질타가 있을 때는 뭔가를 보여주기 위해 기구 신설을 대대적으로 홍보하다가도 여론의 관심권에서 멀어지면 언제 그랬냐는 듯 하는 태도는 아주 부적절하다. 특별수사대 폐지 사실이 어제 언론에 보도되자 그제서야 ‘해명 자료’를 낸 것도 보기에 썩 좋지 않다. 경찰청은 피해자를 조사하는 원스톱센터와 가해자 조사를 담당하는 수사 기능이 이원화돼 있어 피해자 중복조사라는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특별수사대를 폐지했다고 해명했다. 대신 생활안전과 내에 ‘아동·여성보호 1319팀’을 신설해 성범죄 예방활동에 최우선을 두기로 했다는 것이다.

이 설명대로라면 애초부터 그런 문제점을 전혀 파악하지 못한 채 특별수사대를 발족시켰다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경찰청 스스로 땜질식 대책을 세웠다는 점을 인정한 꼴이다. 물론 불가피할 경우 조직 개편을 해야겠지만 이처럼 졸속으로 기구를 만들었다가 없앤다면 혼선이 생길 수밖에 없다. 게다가 특별수사대가 폐지되고 1319팀이 신설되면서 수사 인력이 줄어 성폭력 수사 활동 약화도 우려된다.

정부의 각종 대책에도 불구하고 아동 대상 성범죄는 수그러들기는커녕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다. 지난 6일에도 7세 여아가 서울의 한 초등학교에서 40대 남성에게 성추행 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배움터 지킴이나 CCTV 확충 등을 통해 안전한 학교를 만들겠다는 당국의 대책도 허사였다. 아동 대상 강력사건이 최근 진정 국면으로 들어섰다는 경찰청 판단이 얼마나 안이한 것인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