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 잇단 영업정지] “퇴직금 몽땅 맡겼는데…” 이른 아침부터 예금자들 몰려 북새통
입력 2011-02-17 21:46
“우짜면 좋노.” “내 돈 내놔라.”
17일 비 오는 날씨에도 부산 초량동 부산저축은행 본점에는 한꺼번에 몰려든 1000여명의 예금자들로 북새통이었다. 고객들은 굳게 닫힌 문 앞에 붙은 영업정지 공고문을 바라보며 허탈한 표정을 지었다. 예금보호를 받을 수 있는 5000만원 이하의 예금자들은 금세 발길을 돌리기도 했지만 5000만원이 넘는 돈을 날리게 된 사람들은 떠나지 못한 채 안타까운 사연을 쏟아냈다.
바닥에 털썩 주저앉은 김모(71·여) 할머니는 “2년 전 정기예금으로 맡긴 게 모두 1억4000만원이고 3일전에도 1050만원을 넣었다”며 “매월 받는 이자 50만원으로 생계를 꾸려나갔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퇴직금 1억1000만원을 맡긴 김모(64)씨 역시 “30년간 다닌 회사를 나온 뒤 이자도 타서 쓰지 않고 모은 돈인데 어떻게 살란 말이냐”고 소리쳤다. 대전 선화동 대전저축은행 본점 직원들도 이른 아침부터 밀려든 고객들로 진땀을 뺐다.
지난달 삼화저축은행의 첫 영업정지 통보에도 큰 동요가 없었던 예금자들은 이번에는 달랐다. 특히 부산저축은행 계열인 부산2, 중앙부산, 전주 등 3곳의 직원들은 인출을 위해 줄을 길게 늘어뜨린 창구 풍경에 넋을 잃은 모습이었다. 전주저축은행 한 직원은 “오늘 하루 100억원이 넘는 인출 상황이 연출될 것 같다” 말했다. 중앙부산저축은행 서울지점은 예금자들이 몰리는 바람에 오후 늦게 인출이 불가능하기도 했다.
타 저축은행 역시 오전 한때 1억∼10억원 가량 인출되는 등 동요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정부의 간곡한 당부 때문인지 오후에는 점차 수그러들었다.
김아진 기자 부산=윤봉학 기자 ahjin8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