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스 위중설… 애플과 경쟁·협력 삼성·LG 속내 복잡

입력 2011-02-17 21:29

애플 창업자인 스티브 잡스의 병세가 예상보다 심각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애플과 ‘경쟁과 협력’ 관계를 형성해 온 삼성전자와 LG디스플레이 등 국내 전자업계의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우선 스티브 잡스가 주도해 온 애플의 입지가 흔들릴 경우다. 잡스는 아이팟, 아이폰, 아이패드로 이어지는 모바일 혁신을 주도하면서 전 세계 IT업계의 절대강자로 부상한 애플의 간판 CEO다. 하지만 잡스가 끝내 경영 일선에 복귀하지 못할 경우 현재의 위치가 유지될지는 극히 의문이다. 시장의 우려는 이미 주가에 고스란히 반영됐다. 지난달 18일 잡스의 병가 신청을 애플 이사회가 승인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미국 나스닥시장에서 애플 주가는 장중 7%가 넘는 급락세를 보였었다.

잡스의 부재는 그가 창출한 스마트폰 시장과 태블릿PC 시장의 판도를 뒤흔들어 놓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 만일 애플이 선장을 잃고 예전같은 시장 주도권을 장악하지 못한다면 후발 주자들에게 추월당할 수 있다. 그럴 경우 삼성전자가 반사이익을 볼 수도 있다. 삼성전자는 갤럭시S를 내놓으면서 아이폰이 독주해 온 스마트폰 시장에서 애플을 견제할 수 있는 대항마로 주목받았다.

그러나 애플은 삼성전자와 LG디스플레이의 주요 고객이기도 하다. 애플은 올해 소니를 제치고 삼성전자의 최대 고객으로 부상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자업계에 따르면 애플은 지난해까지 삼성전자로부터 약 50억 달러의 부품을 사들였고 올해는 약 78억 달러를 사들일 것으로 예상된다.



LG디스플레이는 아이폰이 채택하고 있는 디스플레이를 전량 애플에 납품하고 있다. 잡스가 아이폰의 화면 구현이 뛰어난 수준이라고 극찬하면서 부품을 납품한 LG디스플레이의 글로벌 인지도도 껑충 뛰었다. 이 때문에 LG디스플레이의 권영수 사장은 지난달 잡스의 병세 소식이 전해지자 “병문안이라도 가고 싶다”며 그의 쾌유를 빌기도 했다.



한편 삼성전자의 주가는 전날보다 9000원(0.95%) 오른 95만4000원에 마감했고 LG디스플레이는 200원(-0.56%) 빠진 3만5750원에 거래를 마쳤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