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전셋값에 기죽어 ‘서울 엑소더스’… 2010년, 12년만에 최대 규모

입력 2011-02-17 21:56


A씨(31) 부부는 지난해 10월 결혼한 새내기 부부다. 깨가 쏟아질 신혼집을 알아보는 일이 한때는 즐거움이었지만 이내 고통으로 돌변했다. 서울 어디에도 집을 구하기 어려웠다. 결국 경기도 수원 영통지구에 있는 새 아파트에 보금자리를 잡았다.

B씨(37)는 서울 방배동에 있는 한 고등학교 교사다. 아내는 서울 잠실동에 직장이 있다. 출퇴근 거리를 생각하면 서울 강남지역이 안성맞춤이지만 이들은 경기도 용인에 자리를 잡았다.

30대가 봇물처럼 서울을 떠나고 있다. 자의가 아니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뛴 집값이 ‘서울 엑소더스’를 부추기고 있다.

17일 통계청이 발표한 국내 인구이동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의 인구 유출 규모는 11만5023명이었다. 1998년(13만4013명) 이후 12년 만에 최대였다. 이 가운데 순이동자(전입인구에서 전출인구를 뺀 숫자)를 연령별로 나눴을 때 30대(-4만8257명)가 가장 많이 서울을 떠났다. 이와 달리 20대는 1만1981명이 순유입했다. 20대 초반에 대학 진학 등으로 서울을 찾지만 직장을 구하거나 결혼하는 나이에 이르면 서울을 떠나는 것이다.

이들은 서울을 떠나 어디로 갔을까. 해답은 다른 시·도의 비슷한 연령대 인구 유출·입에서 찾을 수 있다. 경기도는 지난해 14만2437명이 순유입하면서 전국 1위였다. 이 가운데 30대가 4만1223명으로 가장 많았다. 20대가 4만820명으로 뒤를 이었다. 통계청 서운주 인구동향과장은 “다른 시·도에서 서울과 경기도로 들어오는 인구는 여전히 많다. 다만 서울은 유입인구보다 더 많은 인구가 유출되고 있는데 특히 서울에서 경기도로 빠져나가는 사람이 많고, 그중에서 30대가 두드러진다”고 말했다.

30대가 서울을 떠나 경기도로 가는 가장 큰 이유는 주택 문제다. 30대는 결혼 적령기인 데다 주택 수요가 발생하는 나이다. 하지만 사회 초년병이라 뛰는 집값을 따라잡기 힘들다. 이미 서울에서 1억원 이하 전세는 찾기가 힘들다. 부동산뱅크에 따르면 이달 현재 서울의 1억원 이하 전세는 9만8889가구에 불과하다. 지난해보다 20.47%나 줄었다.

비싼 집값으로 ‘탈(脫)서울’하는 움직임은 30대만의 일은 아니다. 전체 연령에 걸쳐 일어나고 있다. 지난해 서울의 연령대별 순이동자 수를 보면 20∼24세만 순유입일 뿐 나머지 연령대는 모두 순유출이다.

취업도 서울 엑소더스에 한몫한다. 각종 공장과 기업체가 포화상태인 서울을 떠나면서 사람도 빠져나가는 것이다.

직장 때문에 시·도 경계를 넘어가는 인구이동의 흐름은 ‘서울에서 경기’로만 있는 것은 아니다. 수도권(서울·인천·경기) 순유입 규모가 계속 줄어드는 대신 중부권(대전·강원·충남·충북)이 팽창하고 있다. 각종 산업시설이 옮겨가면서 일자리가 따라서 이동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지난해 수도권의 순유입 인구는 3만1000명으로 1998년(9200명)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2002년 21만명을 마지막으로 인구 유입세는 내리막을 걷고 있다. 반면 중부권은 지난해 2만2000명이 순유입됐다. 2004년(2만3000명) 이후 최대치다.

김찬희 김도훈 기자 c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