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구멍뚫린 초등학교 안전시설… 배움터 지킴이 자리 비우고 외부인 들락날락

입력 2011-02-17 18:27


교육 당국은 ‘조두순 사건’ 이후 안전한 초등학교를 만들겠다며 여러 대책을 내놨지만 부실한 운영으로 일선 학교는 여전히 안전지대라고 보기 어려웠다. 본보가 17일 서울시내 초등학교들을 둘러본 결과 각종 사고 예방을 위해 배치된 배움터지킴이나 CCTV, 학교 주변 아동안전지킴이집 등이 유명무실한 곳이 많았다. 어린이 대상 성범죄가 빈발하는데도 학교 방범 시스템은 부실했다.

오후 2시쯤 찾아간 서울시내 한 초등학교에는 오후 4시까지 근무해야 하는 배움터지킴이가 자리를 비웠다. 해당 근무자는 졸업식을 핑계로 식사하러 나갔다. 이 학교는 잔디구장이 있어 인근 중학생까지 몰려와 놀기 때문에 방학 중에도 지킴이의 안전 관리가 필요한 곳이다.

지난 6일 대낮에 성범죄 전과자의 유치원생 성추행 사건이 벌어졌던 길음동 초등학교에는 지킴이가 있었지만 외부인 출입을 전혀 제지하지 않았다. CCTV 카메라는 5개가 설치돼 있는데 놀이터 가장자리나 벤치 구석 등은 닿지 않았다. 실제로 CCTV에 지난 6일 놀이터에서 벌어진 범행 장면이 담기긴 했지만 피의자의 하반신만 찍혔다.

어린이가 낯선 사람으로부터 위협을 받을 때 대피하는 곳인 아동안전지킴이집도 말뿐이었다. 이 학교 인근 시계점 주인은 “청소년선도회에 가입한 것 때문에 3년 전 자동으로 안전지킴이집으로 지정됐지만 그동안 어떤 교육을 받거나 지킴이 역할을 해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사당동의 한 초등학교는 경비실을 새로 짓고 있었다. 경비원이 없어 외부인이 드나드는 데 아무런 어려움이 없었다. CCTV는 쓰레기 무단투기 방지용 5대만 있고 학생 보호용은 없었다.

아동 상대 성범죄가 최근 잇따르면서 학생·학부모의 불안과 공포는 커지고 있다. 길음동 초등학교에 다니는 박모(11)양은 “방과후교실에 가는 길인데 (성추행 사건 때문에) 학교 오기가 무서웠다”며 “엄마도 항상 조심하라고 한다”고 전했다. 3학년인 딸을 둔 김모(40·여)씨는 “아이가 새 학년이 되면 혼자 다니겠다고 했는데 불미스러운 사건이 터져 혼자 다니게 할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

임세정 김수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