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속 위대한 명연설 소개한 책 2권… ‘역사를 뒤흔든 말, 말, 말’ ‘위대한 명연설’

입력 2011-02-17 17:28


역사를 뒤흔든 말, 말, 말/제임스 잉글리스/작가정신

위대한 명연설/에드워드 험프리/베이직북스


세계 문학계 거장이자 바이마르 공국의 재상으로도 활약했던 요한 볼프강 폰 괴테는 프랑스가 혁명을 이웃나라에게 수출하기 위해 사용한 방법을 놓고 불편한 기색을 숨기지 않았다. “그들은 칼이나 총이나 대포로 우리를 공격하지 않았다. 그보다 훨씬 위험한 무기를 사용했다. 그들은 평민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말로 자유와 평등의 기본 원칙을 풀어내서는 그 내용을 종이에 인쇄해 대량으로 유포했다.” 괴테는 펜이 칼보다 강하다는 사실을 간파한 것이다.

고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인류가 거쳐 온 수많은 역사의 현장에는 언제나 말이 있었다. 말은 갈등과 분열이 끊임없이 반복되는 역사적 소용돌이에서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였고 그 사람들은 역사를 움직였다. 이처럼 무기보다 훨씬 강력한 힘을 발휘했던 말의 힘을 증명하는 책 ‘인류의 역사를 뒤흔든 말, 말, 말’(작가정신)과 ‘위대한 명연설’(베이직북스)이 나왔다.

‘인류의 역사를 뒤흔든…’은 역사와 언어를 분석하고 언어에 숨겨진 동인(動因)을 밝히는 데 노력해온 호주의 저널리스트 제임스 잉글리스가 다양한 역사적 기록을 바탕으로 전쟁과 혁명의 순간에 터져 나온 연설이나 노래, 시, 전쟁구호, 선전, 유언, 경구, 금언 등을 모은 것이다.

고대에서부터 중세와 근대를 거쳐 21세기 테러와의 전쟁시기까지 인류 역사를 8개 기간으로 구분하고 각 기간마다 역사의 전환점에 선 군주와 정치가, 혁명가, 군인들의 빼놓을 수 없는 연설 등 총 52개 장면을 촘촘히 배치했다. 유명한 연설을 나열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 역사적 맥락을 짚어내고 미묘한 뉘앙스의 차이를 설명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말을 하는 사람이 어떤 부분에서 어떤 수사법을 쓰는지, 또 어떻게 감정에 호소하는지, 정직한 연설이었는지 아니면 뻔뻔한 거짓말이었는지 등도 가려내려 했다. 이 같은 특징은 프랭클린 D 루스벨트 미국 대통령이 1941년 12월 8일 국회에서 일본에 대한 전쟁을 선포하는 연설을 분석하는 대목에서 잘 드러난다.

“이 연설에서 가장 유명한 구절은 원래 ‘세계 역사 속에 길이길이 남을 날’로 시작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루스벨트 대통령은 ‘세계 역사’를 ‘불명예’로 바꾸었다. 일본의 비열함에 분노를 표출함으로써 싸우려는 의지를 끌어내는 데 초점을 맞춘 것이다. 그는 또 ‘미합중국은…느닷없이 공격당했습니다’ 같은 수동태를 사용해 미국이 무고한 희생자라는 입장을 강조하는 한편 폭력에는 폭력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려고 반복법을 사용했다.”(322쪽)

책은 또 세계사의 드라마 같았던 장면들을 선별해 제시하되 정치와 종교, 정복자와 피정복자, 제국과 식민지 등 대립되는 견해를 골고루 수록하고 정치 사회적 배경이나 전략적 분석을 더해 당시 상황을 깊이 이해하도록 안내한다. 여기에 유명인사들의 유언이나 전쟁 용어, 구호 등 관련 자료와 도판을 풍부하게 실어 읽는 재미를 더했다. 강미경 옮김.

‘위대한 명연설’은 캐나다 콩고디아 대학에서 역사와 정치학을 전공하고 전문 기고가로 활약하는 저자(에드워드 험프리)가 지난 4세기에 걸쳐 영어로 된 가장 위대하고 유려하다고 평가를 받은 41편의 연설을 모았다. 엘리자베스 1세부터 버락 오바마 대통령까지 책에 등장하는 연설가는 모두 34명으로 당대 가장 중요한 역사적 자취를 남긴 인물들이다.

저자는 역사적으로 승리를 거둔 자들의 연설뿐만 아니라 핍박과 차별을 온 몸으로 저항했던 인물들의 연설도 중요하게 다뤘다. 가장 위대한 미국 원주민 지도자로 꼽히는 쇼니족의 추장 테쿰세(1768∼1813)가 1810년 8월 12일 인디언 특별 보호구 뱅센에서 원주민의 영토권을 주장하며 펼친 연설은 민족과 시대의 벽을 넘어 깊은 울림을 전한다.

“우리 중 누구도 이 땅을 팔 권리는 없습니다. 땅을 팔다니요! 그럼 공기도, 구름도, 저 드넓은 바다까지 팔아넘기지 그럽니까? 이 지구까지 팔아넘기지 그럽니까? 저 위대한 신이 이 모든 것을 창조하신 것은 그의 자녀들을 위해서가 아니었습니까? 나는 내 운명의 주인입니다! 나는 인디언의, 우리나라의 운명을 만들어나갈 것입니다!”(39∼41쪽)

저자는 화자의 생애는 물론 연설의 배경과 의의, 특징 등을 밝혀 독자의 이해를 돕는 한편 일부 유명한 연설에 대해서는 정확성에 의문을 제기하기도 한다. 링컨의 1863년 게티스버그 연설은 여러 버전이 나와 있어 무엇이 진짜인지 알기 어렵다는 것이다.

저자는 열세 명의 자녀가 모두 노예로 팔려나가는 것을 지켜봐야했던 흑인 여성운동가 소저너 트루스(1797∼1883)가 1851년 애크론 여성인권대회에서 ‘나는 여성이 아닌가요’라고 부르짖었던 연설의 경우 12년이 지나 종이에 옮겨진 뒤에야 세상에 알려진 사실에도 주목한다. 듣는 이의 가슴을 울리고 오랫동안 잊혀지지 않는 연설의 첫 번째 조건은 화자의 진정성에 있다는 사실을 잘 보여주는 사례이기 때문이다. 홍선영 옮김.

김상기 기자 kitti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