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포청천처럼 엄정한 감사원장 돼라
입력 2011-02-16 20:16
양건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16일 신임 감사원장에 내정됐다. 전임 김황식 감사원장이 국무총리 내정자로 지명되면서 감사원장 자리가 공석이 된 지 정확히 5개월 만이고 정동기 감사원장 내정자가 국회 청문회에 서보지도 못하고 중도 사퇴한 지 35일만이다. 후임 인선을 놓고 난산에 난산을 거듭했다는 후문이다.
양 내정자가 국회 인사 청문회의 철저한 검증을 통과해 수장 없이 표류하는 감사원 조직을 빨리 안정시키고 산적한 현안들을 신속히 처리하기를 기대한다. 감사원 임무는 국가 세입·세출 결산과 정부 각 기관 회계감사, 행정공무원 직무감찰 등 실로 막강하다. 그러기에 감사원은 대통령 직속기관이면서도 직무에 관한 한 독립성을 유지해야 한다.
그럼에도 감사원의 직무 독립성을 둘러싸고 역대 정권마다 논란이 빚어졌고 지금도 계속 문제가 되고 있다. 최고 권력자 눈치를 보며 앞선 정권에 대해서는 표적사정, 현 정권 실정에 대해서는 적당 감사를 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또한 늘 정치바람에 흔들렸다. 초대 감사원장부터 21대 감사원장을 지낸 김황식 현 총리까지 법률이 정한 4년 임기를 채운 감사원장은 7명에 불과하다. 이는 그만큼 감사원장 자리가 정치바람을 탔다는 증거다.
이명박 대통령 임기가 2년여 남은 지금 감사원이 수행해야 할 과제가 많다. 정권 후반 공직사회는 이완돼 비리는 끊이지 않고, 중앙·지방정부 할 것 없이 보신·적당주의가 만연하면서 국민 세금이 줄줄이 새고 있다는 지적이다. 감사원은 좌고우면하지 말고 헌법과 법률이 보장한 독립적 지위에서 추상같은 자세를 보여야 할 시기다.
양 내정자는 중국 송나라 문신으로 황족, 귀족, 관리, 평민과 천민에 이르기까지 범죄자에 대해 공정하고 엄격한 판결을 내린 것으로 알려진 포청천을 기억할 것이다. 그는 범죄를 저지른 황족도 서슴없이 처단했던 인물이다. 역사는 1000년의 시간이 흘렀어도 그를 기억한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포청천의 용기와 기개를 닮기 바란다. 양건 내정자가 제22대 감사원장으로 후대 역사에 오래 기억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