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자 탁석산의 스포츠 이야기] 프로야구 제9구단 성공하려면
입력 2011-02-16 20:14
프로야구 제9구단이 창단된다고 한다. 환영하는 분위기지만 얼마나 빨리 프로구단으로서의 면모를 갖출 수 있느냐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우선 선수 수급이 문제로 떠오른다. 2년간 신인 선수 2명 우선 지명 등 여러 가지 방안이 마련돼 있지만 2013년부터 1군에서 시즌을 맞이할 수 있느냐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의구심이 있는 것 같다. 게다가 전용구장 설립 등과 함께 과연 신생구단이 프로구단을 유지할 만한 의지와 자금력이 있는가도 관심이 되고 있다. 롯데는 이 부분을 이유로 반대했다고 한다. 신생구단이 창단될 때마다 이런 문제는 늘 논의됐다. 어떻게 하면 제대로 된 팀을 만들 수 있는가? 선수 수급, 자금력, 그리고 의지의 문제다.
논어에 이런 이야기가 나온다. 자공이 정치란 무엇인가 하고 묻는데 공자가 식량, 군대, 믿음이라고 답한다. 그러자 어쩔 수 없이 하나를 포기해야 한다면 무엇이냐고 다시 묻자 공자는 먼저 군대라고 답한다. 또 하나를 포기해야만 한다면 무엇이냐고 재차 묻자 공자는 식량이라고 답한다. 그러고는 백성의 신뢰가 없으면 나라가 설 수 없다고 말한다.
나라를 세우는 데 필요한 세 가지 중 군대와 식량은 눈에 보이는 것이다. 지금 말로 옮기면 군대는 국방이나 안보, 식량은 경제에 해당될 것이다. 그렇다면 신뢰는 무엇에 해당될까? 신뢰는 여전히 신뢰일 것이다. 신뢰는 눈에 보이지 않지만 공자는 가장 중요하다고 여겼다. 다른 것은 없어도 신뢰가 없다면 나라가 설 수 없다는 것이다.
이것을 프로야구단에 적용하면 어떻게 될까? 프로야구단도 하나의 조직이라 할 수 있으니 적용이 가능할 것 같다. 선수, 코칭스태프 등 인적 자원과 자금력 중에서 하나를 꼭 버려야만 한다면 어느 것을 버려야 할까? 자금력일 것이다. 왜냐하면 선수가 없으면 아예 경기를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선수가 없다면 팀이라고 할 수 없지 않겠는가. 그렇다면 자금력보다는 선수가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럼 선수보다 중요한 것은 없는가? 그렇다고 생각해 선수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는 경우가 왕왕 있었다.
하지만 여기에서 공자의 무신불립(無信不立)을 생각해 보자. 가장 중요한 것은 보이는 것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신뢰다. 선수나 돈이 아니라는 것이다. 선수와 돈이 확보되면 팀이 되는 것이 아니라 선수와 코칭스태프, 선수와 구단, 구단과 팬 사이에 신뢰가 있어야 팀이 된다. 이런 신뢰가 있다면 없던 팀도 만들어낼 수 있다. 선수도 구할 수 있고 돈도 모을 수 있다.
신생구단은 아직 선수도 전용구장도 숙소도 없다. 창단 기회를 잡은 것뿐이다. 선수와 운영자금 확보에도 힘을 써야 하겠지만 가장 중요한 신뢰를 염두에 두고 창단 작업을 하는 것이 더 좋지 않을까 한다. 신뢰의 문제는 기존 구단도 예외가 될 수 없음은 물론이다.
탁석산